금융자율화, 좀더 과감하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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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오랫동안 경제의 현안과제가 되어 왔던 금융산업개편 방안이 비로소 정부에 의해 제시되었다.
정부안은 지난날 경제개발 과정에서 낙후된 금융산업을 실물경제의 발전속도와 새로운 정치, 경제적 여건에 부합하도록 전반적으로 손질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개편안에 제시된 과제들을 눈여겨보면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정부는 어느 과제에 관해서는 개편방향을 제시하고 있으나 또 어느 과제에 대해서는 구체적 방향제시를 유보한 경우도 있다.
그런 시각으로 보면 이번 개편안은 과연 의욕적으로 금융산업을 재편하려는 것인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
금융산업개편의 당위성에 관해서는 재론의 여지가 없다. 문제는 금융산업발전을 위한 정부의 확고한 의지와 적확한 방향 설정이다.
그런 뜻에서 힘든 개편작업을 하면서 합리적 선택을 위한 전제로 반드시 잊지 말아야 할 몇 가지 강조할 점들이 있다.
역시 금융산업개편의 핵심은 금융자율화에 있다. 과거 정부주도의 타율경제시대 정부가 금융을 좌지우지할 수밖에 없었던 불가피성은 이해한다. 경제개발이 한정된 재원을 쪼개 쓰자니 그랬던 점도 있기는 있다.
그러나 그 결과는 배급금융, 관리금융이라 해서 자금배분의 왜곡을 초래했고 금융부실화의 결과를 가져왔다.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경제의 민주화, 국제화, 개방화시대를 맞고 있는데다 흑자경제에서 민간경제의 자율성과 창의가 최대한 존중되어야 하며 그중에도 금융 또한 예외일수는 없다. 이제는 금융도 공공성만 강조할게 아니고 기업성과 대외 경쟁력이 중시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달리 길이 없으며 은행 등 금융기관의 금리는 물론 인사경영 등의 자율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정책금융은 과감히 축소되어야 하며 은행인사는 정부가 간여를 말아야 한다.
다음은 은행에 주인이 있게 하는 노력이 긴요하다. 은행 역시 기업인만큼 주인이 있고 없고 책임경영은 물론 경영성과에 엄청난 차이가날 것이다.
물론 누가 주인이 될 것인지 문제가 된다. 대기업의 은행 지배는 경제력 집중, 은행의 사금고화 우려가 있어 논란의 대상이 된다. 금융산업 개편안에 들어있기는 하지만 금융전업기업이나 기업가를 적극 육성토록 노력해야 한다.
한편 한국은행의 독립성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정부는 재정, 외환, 산업정책과 연관시킨 범위에서 조화점을 찾기로 함으로써 이 문제를 소극적으로 다루려 하는 것 같다. 통화신용정책의 중립성을 제고하기 위해 정부와 중앙은행의 과감한 역할 재조정이 필요하다.
한은이 정부 시녀의 위치를 벗어나게 함으로써 정치적으로 통화신용 정책이 이용되는 것을 차단해야 한다.
지방금융의 원활화를 위한 비중있는 배려도 요망된다. 지자제가 실시되면 지방경제의 비중이 높아지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지방경제의 발전을 위해 금융의 중앙집중을 억제하고 지역적 균점이 필요하다.
이밖에도 금융자율화에 따른 금융기관 부실화에 대비, 사후감독 체계의 확립도 소홀히 할 문제가 아니고 금융이 서비스 업종인데도 금융업무의 복잡성과 금융상품이 지나칠 정도로 많아 소비자 보호에 문제가 많은 점도 지적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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