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기 왕위전] 이창호의 대마도 두집 없으니 죽는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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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제37기 왕위전 도전5번기 제3국
[제8보 (150~173)]
白.李昌鎬 9단 | 黑.曺薰鉉 9단

흑▲ 두수가 끝내 중앙 백대마를 옭아넣었다. 曺9단의 원대한 노림이 성공한 것이다. 검토실에선 백이 살아길 길이 없다고 한다. 바둑도 끝났다고 한다.

이 대목에서 李9단은 152로 슬쩍 붙였고 曺9단은 다시 한없는 장고에 빠져들었다. 검토실에선 '참고도1'처럼 뚫고나가 5로 셔터를 내리면 그만인데 무슨 생각을 그리 하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그러나 사연은 간단치 않았다. 비록 궁지에 몰리긴 했지만 李9단에게도 숨겨둔 최후의 노림이 있었다.

바로 '참고도2' 백1,3의 선수 다음 5,7로 두는 수. 이것으로 우변 흑대마가 잡혀버리는 것이다. 중앙을 다 잡아도 우변이 잡혀서는 흑의 패배다. 이것이 152의 노림이다.

曺9단은 153,155로 뚫고나가더니(여기까지는 참고도1과 같다) 157로 멀찍이 물러섰다. 158엔 159로 두어 백대마를 잡긴 잡되 훨씬 조심스럽게 줄여서 잡은 것이다.

이것이 사태를 멀리 내다본 용의주도한 수순이었다. 백은 어차피 162로 잡으러 온다. 이때 흑이 A로 막든 실전처럼 163에 두든, 어느 쪽이든 흑은 살지 못한다.

그러나 실전은 '참고도1'과 크게 다른 것이 하나 있다. 바로 165,167,169의 외길 수순으로 패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중앙 대마가 사망한 모습을 보면서 李9단도 참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든다. 오랜 세월 이창호의 대마는 불사(不死)였고 그의 대마를 공격하는 행위는 무모한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이창호의 대마도 죽곤했다. 바둑동네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고 "두집 없으니 이창호의 대마도 죽는구나!"하며 즐겁게 웃었다. 대마를 죽이는 이창호가 전보다 친숙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170,173은 패때림)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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