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유공자 후손들 "자부심보단 가난 부끄러워…비밀로 해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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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절을 하루 앞둔 28일 오전 부산 시민들이 부산 동구 일신여학교에서 동구청 사이의 거리를 행진하며 일신여학교 만세운동을 재현하고 있다. [뉴스1]

3.1절을 하루 앞둔 28일 오전 부산 시민들이 부산 동구 일신여학교에서 동구청 사이의 거리를 행진하며 일신여학교 만세운동을 재현하고 있다. [뉴스1]

매해 돌아오는 3·1절이지만 태극기를 앞장서서 들었던 독립유공자 후손들의 우울한 소식 역시 매년 반복된다.

28일 오후 방송된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는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 이춘재 흥사단 독립유공자후손돕기본부 상임공동대표가 출연해 유공자 후손들의 현재 삶에 대해 조망했다.

안 사무처장은 "광복 70주년 당시 한국일보에서 광복회원 6830명 전원 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75.2%가 월소득 200만원 이하인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같이 말했다.

독립유공자에 대한 법률에 따라 원래는 유공자의 자녀나 배우자 1명만이 생활지원금을 받았다. 문재인 정부 들어 제도가 개선돼 손자녀까지 지원금을 받을 수 있게 됐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게 출연자들의 주장이다.

안 처장은 "그동안 독립유공으로 훈장을 받은 분들, 포상을 받은 분들이 1만 5000명 가까이 되는데 그들의 직계비속, 연령대, 학력, 경제수준에 대한 자료가 없다"며 "도산 안창호 선생이 만드신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NGO인 흥사단이 정보공개 청구를 했지만, 우리 정부에도 자료가 없었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3?1절을 하루 앞두고 28일 부산·경남지역 3·1운동의 효시인 일신여학교 만세운동 재현행사가 열렸다.부산 동구 일신여학교를 출발한 주민과 학생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동구청 광장까지 만세운동을 재현하는 행진을 벌이고 있다.송봉근 기자.

3?1절을 하루 앞두고 28일 부산·경남지역 3·1운동의 효시인 일신여학교 만세운동 재현행사가 열렸다.부산 동구 일신여학교를 출발한 주민과 학생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동구청 광장까지 만세운동을 재현하는 행진을 벌이고 있다.송봉근 기자.

독립유공자 후손이기도 한 이춘재 흥사단 상임공동대표는 "흥사단을 통해 독립유공자 후손들에게 장학금을 주면 이 아이들이 학교에 비밀로 해달라고 한다"며 "독립운동 후손이라고 하면 자랑스러워야 하는데 자기가 독립운동 후손이기는 하지만 가난 때문에 돈을 받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독립운동 후손의 70%가 고졸이다. 요즘으로 얘기하면 신분 상승의 기회가 없는 것"이라며 "국가가 이렇게 하면 정말 안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이 대표는 "독립운동 하신 분들이 15만 명 정도 된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 국가에서 도움을 받는 사람은 10%(1만5000명)밖에 안 된다. 나머지 13만 5000명은 국가가 인정도 안 해주고 금전적 지원도 없다. 지원과 함께 그 분들의 명예를 조속히 회복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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