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한해 99조원 매출 올리는 중국 통신공룡 화웨이 켄 후 CEO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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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WC 2018 화웨이 전시장에 앞에 선 켄 후 화웨이 부회장. 그는 "미국에서 제기된 보안 이슈는 팩트에 기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진 화웨이]

MWC 2018 화웨이 전시장에 앞에 선 켄 후 화웨이 부회장. 그는 "미국에서 제기된 보안 이슈는 팩트에 기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진 화웨이]

“올해 5G 가정용 모뎀을 선보이고 내년에는 5G 스마트폰을 출시하겠다.”

"5G 가정용 단말 올해 출시"...5G 시장 선점 # 보안 이유로 장비 수출 막는 미 정부엔 # "팩트에 근거하지 않았다" 비판

켄 후(50) 화웨이 순환 최고경영자(CE0)는 지난달 26일(현지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8’ 전시장에서 열린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화웨이는 '중국 판 삼성전자'로 불린다. 통신 장비 등 일부 기술에선 삼성을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 MWC 전시장을 둘러 본 국내 통신 업계 관계자들은 “5G 네트워크 장비 분야에선 화웨이가 삼성전자는 물론이고 전통의 강자 에릭슨도 앞서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스마트폰 분야에서도 화웨이는 중국 시장 스마트폰 1위를 바탕으로 세계 시장 2위 애플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IT 시장조사 기관인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스마트폰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22.3%로 1위를 기록했다. 뒤를 이어 애플(11.9%), 화웨이(9.5%) 순으로 조사됐다.

화웨이는 이날 MWC에서 차세대 이동통신 서비스인 5G 네트워크 장비와 소프트웨어 등 상품 라인을 공개했다. 올해 MWC에서 B2B(기업간 거래), B2C(기업-소비자 거래) 두 분야에 걸친 5G 장비를 공개한 건 화웨이가 유일했다.
켄 후 CEO는 인터뷰에서 5G 하드웨어 미래 전략도 상세하게 밝혔다. 그는 “5G CPE(가정과 사무실 등에서 사용하는 통신 모뎀)를 먼저 출시하고 5G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폰은 내년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가정과 사무실에서 사용할 수 있는 5G 모뎀을 우선 출시한 다음 개인용 하드웨어로 옮겨간다는 것이다. 5G 모뎀이 상용화되면 각 가정에서 활용하는 광케이블 등은 사라질 전망이다. 5G 망이 유선 케이블을 대체할 정도로 빠르기 때문이다. 켄 후 CEO는 이어 “2018년은 5G 장비 첫 상업화를 한 해로 화웨이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며 “5G 기술에 대한 수요도 눈에 확연할 정도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화웨이 5G 네트워크를 사용해 시범서비스를 진행하고 있거나, 화웨이와 5G 통신장비 계약을 마친 통신사업자 숫자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세계적으로 45개 통신 업체와 5G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 도쿄, 런던, 밀라노, 밴쿠버 등 세계적인 도시에서 화웨이 장비로 5G 네트워크 시험이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켄 후 CEO는 “미국과 아시아, 유럽을 중심으로 5G가 먼저 상용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아시아에선 중국, 한국, 일본이 5G를 선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통신장비 제조로 시작한 중국의 통신공룡 화웨이는 최근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화웨이는 스마트폰 중국 시장 1위를 기반으로 세계 시장 2위인 애플을 위협하고 있다. 시장 조사 기간을 한 달 단위로 좁히면 화웨이가 애플보다 스마트폰 판매량 기준에서 앞섰다는 결과도 있다.

화웨이는 5G 상용화를 변곡점으로 애플을 넘어선다는 전략이다. 화웨이가 MWC에서 선보인 5G CPE에 이동통신표준화협력기구(3GPP) 규격으로 자체 개발한 5G 모뎀칩 '발롱5G01'이 탑재한 건 이런 전략의 연장선이다. 안정적인 통신장비 사업을 기반으로 스마트폰 개발에 힘을 쏟는 식이다. MWC 1전시장에 마련된 화웨이 네트워크 장비관은 이번 행사에 참여한 2000여개 업체 중 규모 면에서 가장 넓었다. 국내 통신사 중에선 LG유플러스가 5G 망 구축에서 화웨이 장비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발목을 잡는 건 미국 정부가 제기한 통신장비 보안 이슈다. 켄 후 CEO는 인터뷰에서 “미국에서 제기된 보안 이슈는 정확한 팩트에 근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화웨이 CEO가 미 정부가 최근 제기한 보안 이슈와 관련해 공식적인 자리에서 입장을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앞서 미 연방수사국(FBI)은 올해 2월 의회 청문회에서 네트워크 장비를 통해 정보를 탈취할 수 있어 화웨이 제품을 사용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차세대 이동통신 서비스인 5G 상용화를 앞둔 통신 업계에선 화웨이의 대응 방향에 관심이 쏠렸다.

이에 대해 켄 후 CEO는 “(보안 이슈) 논쟁은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팩트에 기반을 둬야 하지 막연한 의심으로 시작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미 정부가 제기한 보안 이슈가 사실에 근거하지 않았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그는 이어 “지난 30여년 동안 화웨이는 400여곳의 통신 업체에 장비 등을 공급했다”며 “그런 과정을 통해 드러난 문제는 없었다. 충분한 보안 검증이 이뤄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통신장비 보안 이슈는 통상을 넘어 정치적 문제로 커지는 중이다. 최근 호주 통신사들이 화웨이와 5G 네트워크 장비 계약을 체결하려 하자 미 정부가 제동을 걸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켄 후 CEO는 ‘공개 논의’란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는 “화웨이는 호주 정부는 물론이고 각 통신사와 허심탄회 논의할 용의가 있다”며 “네트워크 장비 보안 이슈와 관련해서 하나도 숨기는 게 없다. 이번 사태도 원만하게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웨이는 지난해 920억 달러(99조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하지만 성장률은 2015년 37%에서 2016년 32%로 떨어졌다. 켄 후 CEO는 올해 화웨이의 목표 수익을 묻는 말에는 확답을 피했다. 그는 “화웨이 사업 영역의 3개 축인 통신사, 기업, 소비자 3개 부문에서 긍정적인 성장을 보일 것으로 기대하지만, 올해 목표는 다음 달에 구체적으로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르셀로나=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켄 후=1990년 화웨이에 입사했다. 화웨이 글로벌세일즈부문 대표와 화웨이 미국 대표 등을 지냈다. 화웨이는 이사회 멤버 중 일부(3명)가 돌아가면서 일정 기간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맡는 순환 CEO제를 운영하고 있다. 켄 후는 2011년부터 화웨이 순환 CEO를 맡고 있다.

◇화웨이는
-창립: 1987년 9월

-본사: 중국 선전시

-종업원: 18만명(연구개발 인력 8만명)

-전 세계 170개국에서 네트워크 장비 및 스마트폰 판매

-중국 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3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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