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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킹 50위 봅슬레이 기적…아시아 첫 은메달 따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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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강원도 평창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올림픽 봅슬레이 오픈 4인승 3, 4차 공식 연습 주행에서 원윤종 서영우 김동현 전정린이 출발에 앞서 파이팅을 하고 있다. [평창=연합뉴스]

22일 강원도 평창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올림픽 봅슬레이 오픈 4인승 3, 4차 공식 연습 주행에서 원윤종 서영우 김동현 전정린이 출발에 앞서 파이팅을 하고 있다. [평창=연합뉴스]

"어떤 메달도 나올 것" 당당하게 약속 지킨 남자 봅슬레이

 "봅슬레이 남자 4인승의 목표는 동메달입니다."

지난달 31일 강원도 평창 용평리조트에서 가진 봅슬레이·스켈레톤대표팀 미디어데이에서 이용(40) 대표팀 총감독은 2018 평창 겨울올림픽 봅슬레이 남자 4인승의 목표를 당당하게 밝혔다. 그는 "금·은·동 어떤 것도 나올 가능성이 있다.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세계랭킹 50위, 29개 출전 조 가운데 가장 순위가 낮았던 한국 봅슬레이 4인승을 주목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그 당당함은 그대로 현실로 이어졌다.

25일 평창 올림픽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평창 겨울올림픽 봅슬레이 남자 4인승에서 원윤종-서영우-전정린-김동현은 1~4차 합계 3분16초38로 독일의 니코 발터조와 함께 공동 은메달을 땄다. 홈 트랙 이점을 활용한 수많은 실전 훈련과 자신감을 앞세워 한국팀은 보란듯이 올림픽 첫 메달을 일궈냈다.

대한민국 원윤종, 전정린, 서영우, 김동현이 24일 오전 강원도 평창군 올림픽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봅슬레이 4인승 2차 주행에서 피니시라인을 통과한 후 관중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2018.2.24/뉴스1

대한민국 원윤종, 전정린, 서영우, 김동현이 24일 오전 강원도 평창군 올림픽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봅슬레이 4인승 2차 주행에서 피니시라인을 통과한 후 관중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2018.2.24/뉴스1

미디어데이 당시 김동현은 "우리는 선수다. 긴 말 하지 않고 트랙에서 모두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오직 실력으로만 승부하려고 했다. 대표팀은 지난해 12월부터 평창올림픽 썰매 경기가 열릴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에서 하루 6~8차례 주행 훈련을 했다. 다른 나라가 월드컵에 매진하는 사이에 한 번이라도 더 올림픽 트랙을 몸으로 익히는 데 주력했다. 이 기간에 남자 4인승은 팀을 새롭게 짜고 힘을 모았다. 이 감독은 “서영우가 힘, 스피드 모두 좋은 만큼 전정린 다음으로 푸시맨 역할을 맡겼다. 김동현도 브레이크맨 경험이 있고, 스피드가 좋은 선수다”고 말했다. 김동현은 “2010년보다 훈련 방식도 체계적으로 바뀌고, 코치들에게 피드백을 많이 받고 있다. 남은 기간, 스타트를 좀 더 가다듬으면 좋은 성적을 기대해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올 시즌 월드컵에서 남자 4인승은 요하네스 로흐너, 니코 발터 등이 조종하는 독일 팀이 8차례 월드컵에서 7차례 우승했다. 그러나 2~3위는 매 대회 순위표가 요동쳤다. 특별한 강자가 없으니 올림픽 트랙에 익숙한 한국이 비집고 들어갈 자리가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래서 이용 감독이 주문한 전략은 '실수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었다. 2차례 주행으로 순위를 결정하는 월드컵과 달리 올림픽은 이틀 동안 4차례 주행 기록을 합산한다. 이 감독은 “평창 트랙이 다른 곳에 비해 각 구간 길이가 짧다. 여기에 익숙하지 않은 다른 나라 선수들은 주행 도중 실수하는 상황이 분명하게 나올 것”이라면서 “최대한 홈 이점을 살려 감각을 익힌 건 우리만이 가진 자산이다. 열 번 타면 열 번 모두 실수 없이 주행하는데 초점을 맞춰 훈련했다”고 설명했다.

24일 강원도 평창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올림픽 봅슬레이 남자 4인승 1차 주행에서 원윤종-서영우-김동현-전정린 조가 얼음을 가르며 질주하고 있다. [평창=연합뉴스]

24일 강원도 평창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올림픽 봅슬레이 남자 4인승 1차 주행에서 원윤종-서영우-김동현-전정린 조가 얼음을 가르며 질주하고 있다. [평창=연합뉴스]

이 전략은 그대로 맞아떨어졌다. 1~4차 시기 모두 큰 실수 없이 주행을 펼쳤고, 내내 메달권에 이름을 올리는 결과를 낼 수 있었다. 붉은색 경기복과 썰매에 대한민국을 새기고 경기에 나선 대표팀은 올림픽 폐막일, 화려하게 장식했다.

평창=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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