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이병완 대통령 비서실장은 기자실을 찾아 "새 총리는 참여정부 후반기의 안정 항해를 할 수 있는 인물"이라며 "야당의 반대가 덜한 인사를 고려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이는 곧 새 총리 후보로 한 의원의 지명이 유력하다는 것으로 해석됐었다. 김 실장에 대해 야당은 "측근 참모의 기용은 코드 인사"라고 강도 높게 반발했었다.
김 대변인의 언급은 따라서 '한명숙 대세론'에 일단 제동을 걸어두려는 듯한 모양새로 비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한명숙 의원의 경우 김 실장만큼 정책 전반을 꿰뚫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노 대통령의 아쉬움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김병준 실장은 노 대통령이 만든 지방자치실무연구소장을 하며 1990년대부터 정책의 호흡을 맞춰 와 '책임총리' 컨셉트에는 맞는다"고 했다. 하지만 다른 관계자들은 "김 실장은 당장 야당의 거부가 심해 안정 항해에 차질을 빚을 우려가 있고, 첫 여성총리 탄생을 기대해온 여성계의 실망도 노 대통령에겐 부담스러운 측면"이라고 말했다.
'첫 여성총리'의 상징성과 정치적 현실론이 노 대통령 고심의 한 측면이라면 정책적 이상론은 다른 측면이다. 한나라당의 반응도 주요 변수다. 한나라당의 정병국 홍보기획본부장은 "첫 여성총리가 나온다면 일단 환영할 만하다"고 했다. 반면 이방호 정책위의장은 "한나라당이 최연희 의원 사태로 타격이 큰데 여당이 여성총리로 주목받으면 선거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강금실 전 장관과 함께 '여성 총리-여성 시장'그림으로 그려지지 않겠느냐"고 염려했다. 선거용 노림수가 있지 않으냐는 우려다. 한나라당은 그래서 "총리가 여당 소속이면 공정한 선거관리를 기대할 수 없다"며 한 의원의 당적 이탈을 촉구했다. 한 의원은 열린우리당의 지역구(경기 고양일산갑) 의원이다.
열린우리당에선 "야당과 마찰도 줄어들고 정치권에 여성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는 한 의원 지지론이 "책임총리제엔 그간 현 정부의 정책을 입안, 추진해 온 김 실장이 더 맞는 게 아니냐"는 김 실장 지지론에 조금 앞서 있는 분위기다.
최훈.강주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