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에 급락세…"악재 다 나와 매수 기회" 분석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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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증시가 또다시 급락해 코스피지수 1300선이 흔들리고 있다. 22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6.82포인트(2.0%) 급락한 1309.83을 기록, 간신히 1300선은 지켜냈다.코스닥 지수 역시 동반 하락해 650선이 무너졌다.

이날 급락은 '미국발(發) 충격'으로 촉발됐다. 미 통화 당국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에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차세대 운영체계인 윈도우 비스타 출시 연기 소식이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가뜩이나 원화가치 상승에 따른 기업실적 악화가 걱정되는 상황에서 연거푸 대내외 충격들이 밀려드는 형국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금리 향배가 결정되는 28일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회의와 내달 초 1분기 기업 실적이 증시의 향배를 가늠할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국제 '금리 쇼크' 우려=21일 (현지시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버냉키 의장의 금리 추가 인상 시사 발언은 이달 초 일본의 '제로 금리 정책' 포기 발표로 불거졌던 글로벌 증시의 유동성 축소 우려를 더욱 심화시켰다.

버냉키 의장은 21일 "최근 장기 금리의 하락은 경기 탓이 아닌 장기 채권의 인기 때문"이라며 "장단기 금리차가 축소되는 것은 경기침체 신호가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장기 금리의 하락을 경기 침체의 신호로 보는 시장의 판단과 달리 성장의 징후로 해석한 것이다.

버냉키 의장의 발언을 추가 금리인상 의도로 받아들인 세계 금융시장은 적지 않게 동요했다. 21일 미국의 장단기 금리는 일제히 오른 반면 뉴욕 증시는 하락했다.이어 22일엔 한국은 물론 일본.대만 등 아시아 주요 증시도 약세로 돌아섰다.

게다가 오는 4월 후진타오 중국 국가 주석의 미국 방문을 전후해 위안화 절상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이로 인해 환율 불확실성이 당분간 증시를 괴롭히는 악재로 남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지나친 비관은 금물=증시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는 것은 비관적인 1분기 기업 실적이다. 특히 22일 날아든 MS의 비스타 출시 연기 소식은 정보기술(IT)업종이 이끄는 실적 장세를 사실상 기대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실제로 이날 삼성전자.하이닉스 등 대형 IT(정보통신)주들이 3%이상 떨어지는 등 거래소 시장과 코스닥 시장 가릴것 없이 거의 모든 IT 종목들이 일제히 하락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그러나 대내외 악재가 거의 드러난 만큼 지나치게 비관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고 말한다. 일시적으로 코스피 지수가 1300선 밑으로 떨어질 수도 있겠지만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내달 이후엔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란 관측이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한달사이 국내.외 악재가 한꺼번에 몰리긴 했지만 장기 상승 추세가 훼손된 것은 아닌 만큼 혹 지수 1300선이 무너지면 오히려 저가 매수 기회로 삼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굿모닝신한증권 김중현 연구원도 "내주 FOMC회의에서 미국의 금리 인상 종료 시점에 대한 방향이 드러나면 시장이 안정을 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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