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성 “GM, 9일 군산공장 폐쇄 결정 … 12일에야 부처 통해 알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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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한국GM이 9일 이사회를 열고 군산공장 폐쇄 결정을 내렸음에도 청와대는 사흘 뒤인 12일에야 파악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GM 이사회엔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이 추천한 이사 3명이 있는데도 이런 사실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GM 이사회에 산은 추천 이사 3명 #“정부, 해결할 준비가 안 됐다는 의미”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21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지난 13일 한국GM이 발표한 군산공장 폐쇄를 언제 알았느냐”는 노회찬 정의당 의원 질문에 “부처에서 알려와서 (발표) 전날(12일) 저녁에 알았다”고 답변했다. 노 의원은 “(공장 폐쇄가) 이사회 안건으로 올라간 것은 9일인데 10일도 11일도 몰랐다는 건가”라고 재차 물었다. 이에 대해 장 실장은 “한국GM이 이사회를 열기 전에 사전에 안건을 이사들에게 알려주지 않았고 이사회 내용을 사후적으로 공개하면 안 된다는 비밀 서약 의무를 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밀 유지를 그쪽에서 요구했다고 해 이사회 결정 이후 저희도 (12일) 부처를 통해 알았다”고 덧붙였다.

산업은행이 파견한 한국GM 이사는 김제완 고려대 교수, 이해용 전 산은 부문장, 김용호 전 GM대우 본부장이다. 장 실장 설명대로라면 이들이 군산공장 폐쇄 결정을 알고서도 비밀 준수를 위해 보고하지 않았다는 말이 된다.

산업은행 쪽 설명은 다르다. 산은 관계자는 “한국GM 사외이사들은 이사회 의결 내용을 산은에 당일 보고했다”며 “다만 이사회가 군산공장을 명시하지 않고 ‘공장 1개 정도를 폐쇄하는 구조조정 계획’이라고 모호하게 안건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당시 산은 파견 이사 3인은 사전 설명 없이 이사회 당일 안건을 올린 것은 절차상 문제가 있다며 기권했다. 산업은행 측은 이 내용을 언제 정부에 보고했느냐는 질문에 “장하성 실장이 이미 국회에서 답변한 사항”이라며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산은의 관할 부처인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12일 전에 산은으로부터 이사회 의결에 대해 보고받은 것이 전혀 없다”며 “12일 저녁 6시쯤 산업통상자원부가 처음 알려왔다”고 밝혔다. 금융위 설명대로라면 산은이 보고를 누락한 셈이 된다

이날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백운규 산업부 장관의 허위 답변 의혹이 논란이 됐다. 산업위원장인 장병완 민주평화당 의원은 “백 장관이 지난 12일 산업위 전체회의에서 ‘지난달 배리 엥글 GM인터내셔널 사장이 단순히 새해 인사차 예방했고 구체적인 논의는 없었다’고 말했는데 엥글 사장은 전날 ‘1개월 전에 구체적 지원요청을 했다’고 밝혔다”며 “허위 답변을 한 것인데 간단히 넘길 문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백 장관은 “허위 답변을 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가 의원들의 비판이 잇따르자 “당시 사안이 너무 추상적이라서 보고를 못 했다. 앞으로 더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면 국회와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몸을 낮췄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사회 의결 뒤) 3일 동안 청와대가 몰랐다는 것은 현 정부의 경제팀이 한국GM 문제를 해결할 준비가 안 됐다는 의미”라며 “정부 부처의 비밀주의도 미숙한 대응의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한애란·심새롬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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