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제도. 완화도 안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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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의 해제, 완화이야기가 또 나온데 대해 우려를 금할 수가 없다.
때마침 노태우 대통령이『그린벨트를 해제하거나 완화하는 조치는 있을 수 없다』고 분명히 밝힌 것은 다행한 일이지만 그런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는 사실 자체가 그린벨트의 해제, 완화 압력이 그만큼 높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71년 그린벨트가 제정된 이래 재산권의 제한이니 주민 생활불편이니 하는 소리는 많이 나왔으나 그것이 자연환경의 보전과 국토의 균형발전에 크게 기여한 것은 결코 부인할 수 없다.
만약 그린벨트가 없었다고 상상해 보라. 도시의 비대화와 자연 파괴는 지금과는 비교도 안됐을 것이다.
사유재산의 보호를 지극히 존중하는 선진국에서도 그린벨트를 실시하는 것은 역시 그린벨트의 부작용보다 좋은 효과가 더 많기 때문일 것이다.
그린벨트가 자주 시비의 대상이 되는 것은 그린벨트의 혜택은 불특정 다수가 입는 대신 손해는 소수 특정인에게 돌아가기 때문일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그린벨트를 풀거나 완화할 경우 불특정 다수가 일반적 피해를 보는 대신 특정소수는 엄청난 이익을 보게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린벨트의 완화, 해제 압력이 그만큼 거세고 또 인기 정책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지난 총선에서도 일부 후보들은『그린벨트를 해제하겠다』는 공약을 공공연히 했다.
최근 그린벨트 완화설이 다시 나오고 그린벨트에 투기소동까지 나온 것도 그런 기대에 배경을 두고있다.
최근 정부가 군사보호 지역을 일부 해제한 것도 좋은 호재가 되었을 것이다.
군사보호 지역은 한반도의 국제정세와 거의 전략전술에 따라 가변적일 수 있지만 자연환경의 보전을 기한다는 그린벨트의 원래 목적은 결코 달라질 수 없다고 본다.
인구증가와 도시화의 진전에 따라 오히려 더 녹지보전이 절실하다.
물론 그린벨트가 재산권의 침해나 주민생활에의 불편 등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보다는 환경보전이 국민 다수의 이익을 위해 더 중요한 일이다.
자연환경은 한번 파괴되면 돌이킬 수가 없게 되며 그로 인한 불특정 다수의 피해는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인간의 쾌적한 생활엔 자연녹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그린벨트는 이를 보장하는 최저한의 제도적 장치다.
따라서 우선의 편리함이나 인기정책 때문에 그린벨트를 완화, 해제하는 것은 절대 없어야 한다.
우리세대는 다음 세대를 위해서라도 최소한 필요한 면적의 녹지를 보전하여 넘겨줄 의무가 있다.
그린벨트로 인한 주민생활 불편 문제는 획일적으로 선을 그음으로써 한 마을을 두동강으로 냈다든지 하는 극히 기술적인 것만 구제하고 큰 덩어리의 해제나 완화는 없어야할 것이다. 예외는 적을수록 좋다. 또 그린벨트를 완화, 해제할 땐 반드시 이유와 목적을 공개해야 한다.
그래야 그만큼 조심을 하게 될 것이다.
이제까지는 그린벨트가 해제되는 경우에도 밀실에서 어름어름 이루어져 국민의 의혹을 많이 샀다.
자연환경의 보전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는 치를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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