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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100년, 새로운 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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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나라가 소수에 의한 사법 운용을 유지한 결과 판사나 검사뿐만 아니라 변호사 수 역시 너무 적어 전체 국민의 입장에서는 법적 이익을 충분히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받아 왔다. 또한 소수는 특권화를 초래해 변호사가 국민과 유리(遊離)되는 단절 현상도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동시에 최근의 변호사 업계는 새로운 도전 앞에 서 있다. 대내적으로는 새로운 변호사 양성제도인 로스쿨제도의 도입과 관련한 것이고, 대외적으로는 법률 서비스시장 개방에 따른 변호사시장의 변화와 관련한 것이다.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로스쿨의 도입은 사실상 판사나 검사 및 변호사 선발시험인 현행 사법시험 대신에 자격시험인 변호사시험으로 대체하는 것을 의미한다.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에 관한 법이 최종적으로 어떻게 마무리될지는 알 수 없지만 로스쿨제도의 도입 목적은 바로 변호사 자격시험제도를 전제로 할 때 그 의미가 있다. 다시 말해 합격자 수를 설정하지 않는 시험제도를 통해 변호사 자격을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 이 경우 송무사건을 대상으로 하는 변호사시장의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다. 반면에 변호사의 진출 영역이 지금보다도 더욱더 확장돼 다양한 영역에서 보다 더 쉽게 변호사의 법률적 자문을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다음으로 법률 서비스시장 개방 역시 변호사 업계가 긴장하는 부분이다. 우리나라의 법률 서비스시장 개방은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아래 시간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이미 일본은 최근 외국 로펌의 일본 변호사 고용을 포함해 법률 서비스시장을 확대 개방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예외가 될 수 없을 것이다. 이는 국내 변호사의 업무 영역이 외국 변호사와의 경쟁구도로 바뀔 것을 예고하는 부분이다. 이들과의 경쟁은 대부분 기업사건일 것이고, 시장 규모 역시 클 것이다. 국내 변호사들의 국제경쟁력 강화를 강조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상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변호사 100년의 역사를 맞이하면서 이제 법학 교육도 바뀌어야 하고, 변호사 양성과 선발제도도 국제적 기준에 맞추어져야 한다. 국가가 양적 통제를 통해 변호사의 질을 결정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나, 소수가 양질을 만들어낼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 이는 선진 외국의 예를 보면 알 수 있다. 그리고 변호사단체도 소속 변호사가 변화한 사회환경에 맞는 역할을 보다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변호사제도는 대륙법계 국가인 독일처럼 변호사의 지위를 판사나 검사와 비슷하게 설정해 운용했다. 우리나라의 변호사시장이 미국처럼 시장의 경쟁 원리에 의해 작동하지 않은 배경이다. 그러나 이제 환경이 변했다. 시민들이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보다 많은 법률 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법적 해결을 기피하던 정서가 아니라 오히려 원하는 사회적 환경이 된 것이다. 이처럼 제도적 민주주의가 자리 잡아 가는 시대에 우리나라의 변호사도 여기에 맞추어 역할을 재정립할 때가 됐다.

박상기 연세대 교수·형법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