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1위 유모차 맥클라렌이 '40년 디자인 고집' 꺾은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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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사 샘 맥퀵(사진) 아시아태평양 지사장은 "3단 차양막 제품을 개발한 것은 한국 엄마들의 입김 때문"이라고 말했다. '극성스러운' 한국 엄마들이 외국 유모차 회사를 움직인 것이다.

맥클라렌은 2002년 처음으로 수입됐다. 출시 당시 300만원을 호가하는 '명품 유모차'로 이름을 알렸다. 영국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이 사용하는 유모차로 알려지면서 더욱 호기심을 끌었다.

2004년엔 인터넷 포탈 사이트에 '맥클라렌 동호회' 카페가 만들어졌다. 현재 이 카페는 회원이 1만2000여명으로 불어났고 유모차뿐 아니라 육아 전반에 대한 정보를 나누는 장으로 발전했다.

이 모임에서 맥클라렌 유모차를 쓰는 엄마들의 여러 불만 사항이 나왔다. 특히 기존 2단 차양막이 너무 작다는 지적이 많았다. '유모차 시트가 더 푹신했으면 좋겠다'라거나 '비 가림막에 시력보호 기능이 들어갔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맥클라렌 한국 판매법인 세피앙은 이런 건의사항을 체크해 영국 본사에 전달했고, 이날 발표한 2006년 신제품에 반영됐다.

맥퀵 지사장은 "유럽 사람들은 일광욕을 좋아해서 2단 차양막에 불만이 없으나 한국 엄마들은 아기들을 자외선으로부터 완벽하게 보호하길 원해 제품을 개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에 출시한 3단 차양막 제품이 유럽이나 미국에서도 인기가 좋다"며 "한국은 제품 테스트나 디자인 개발에 중요한 시장"이라고 말했다.

이번 신제품엔 패션 측면도 많이 고려했다고 한다. 버버리나 케이트 스페이드 같은 명품 패션업체와 손 잡고 이들 회사의 고유 원단을 사용했다. 유모차를 타는 건 아기지만 밀고 다니는 건 패션을 중시하는 젊은 엄마라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1965년 영국 항공기술자 오웬 맥클라렌이 만든 이 회사는 '유모차도 차'라는 신념을 갖고 있다. 매년 신제품 발표회 때 컨셉트 유모차를 내놓는다.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첨단 기술.디자인의 미래 모델을 미리 선보이는 것이다. 접이식 유모차와 회전바퀴를 단 유모차 등도 이 회사가 처음 개발했다.

올해에는 세계적 디자이너 필립 스타크가 디자인한 컨셉트 유모차를 발표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이 회사는 50여개 국에서 연간 100만 대의 유모차를 팔고 있다.

맥퀵 지사장은 "LCD 창이 부착된 유모차나 전동식 유모차 등 미래형 유모차를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맥클라렌은 올 하반기에 한국에서 별도의 디자인 공모전을 실시하기로 했다. 한국 엄마들의 유난스런 아기 사랑을 2007년 신제품에도 반영하기 위해서다.

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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