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분열주의」의극복|이대근<성대교수·경제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제국주의의 식민지 통치방식의 근본은「분할·지배방식」(divide & rule)에 있다고 한다.일찌기 영국의 인도 지배에서 보듯 인도와 파키스탄으로분열시켜 통치하고, 2차대전후파키스탄은 다시 파키스탄과 방글라데시로 갈라진데서 우리는그 전형을 찾을수 있다.
8·15후 우리의 남북분단은어떠한가.독일·베트남등 다른분단국가의 형성과 마찬가지로우리의 경우도 이러한 제국주의자들의 분할·지배의 산물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
분할·지배는 어떻게 하는가.흔히 사용되는 분할의 기준은민족이나 종족, 언어나 종교, 계급이나 이데올로기, 또는 지역적 차이등이라 할수 있고이들 상호간의 현존하는 이해대립관계를 잘 활용하거나 그러한 대립관계가 불충분 할때에는 의도적으로 그것을 조장, 양성해내면서 분할·지배를 행한다.
이러한 현존하는 구성요소간의 분할을「공시적」(synchronic)분할이라고 한다면「통시적」(diachronic)분할이라는것도 있다. 식민지 나라들로서는더욱더 경계해야 할 이 통시적 분할은 그들 식민지 민족의 역사와 전통을 토막내 후세에 전수시키지 않음으로써, 고쳐말하여 그들로 하여금 자기 역사와 자기 문화 없는 민족으로 만듦으로써 통치하는 방식이다. 이얼마나 가증스러운수법인가.
우리네의 경우 먼저 공시적분할을 함에는 식민지주의자들로서는 어려움이 있다. 왜냐하면민족이나 종족, 언어나 종교등의 편리한 분할 기준을 발견할수 없기 때문이다. 기껏해야이데올로기적인 것이나 지역적인 차이 같은 것에 의거할 수밖에 없었다. 예컨대 일제하 그많은독립운동 단체들의 이데올로기적인 분열이나 해방 직후통일된 독립국가 건설을 끝내좌절시킨 그 숱한 이데올로기적 분열이 이를 잘 말해준다.
그렇다면 80년대 이후 현재화된, 특히 최근 양차의 선거과정을 통해 폭발한 우리 내부의지역감정·지역분할의 현상은 어떻게 바라봐야 할것인가.
이 역시 일제때부터 뿌리내린 제국주의자들의 분할정책의왜곡된 형태의 일환임을 굳이부정할 길이 없다. 주지하듯이 일제는 식민지 조선에 지역적으로「남농북공」정책을, 그리고그들 스스로의 요구에 따라 식민지 지주제의 발달과 식민지공업화정책을 동시적으로 추구했다.
그결과 크게 보아서는 농업지대인 남한도 식민지 지주제가 발달한 지역과 부분적이나마 식민지 공업화가 전개된 지역으로 갈라질수 밖에 없었다. 그것이 8·15이후 미군정-이승만정부로 이어지면서 토지개혁을 통해 식민지 지주제는 몰락하게 되고 그대신 미국원조 도입과정을 통해 식민지 공업화는 새로이 종속적 공업화의 길로 바뀌게 된다.
여기서 종속적 공업화의 길은 외국자본과 기술에 의존하는 철저한 대외지향적 개발전략을채택함으로써 개발지역적으로 지난날의 식민지공업화지역을 그대로 이어받게 되고이 과정에서 제국주의자들의·분할·지배논리는 새로운 형태로관철되어졌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우리 주변의 지역적 분할「지역당」창출의 물질적 토대다.
물론 오늘의 지역당 창출의원인과 배경을 전적으로 제국주의자들의 분할·지배논리에 떠맡기고 우리 스스로의 책임을회피하자는 것은 아니다. 원래「분할해서 지배하자」고 하는통치철학은 그 출발이 프랑스「루이」11세로 소급되고 지배계급이 피지배층을 이간질하여서로서로 대립, 반목케 하여 자기에게의 집단적 저항을 미연에 방지코자 하는 그들 내부의 계급적 지배논리의 반영이었다고 한다.
이러한 논리가 우리의 경우에도 그대로 관철될 것이다. 따라서 오늘의 지역감정-지역분열현상을 놓고 우리는 우리 스스로의 민족성에다 그책임을 돌릴수 없는 한 이상의민족적·계급적 분열·지배논리의 복합적 관철이라는 점에 우리의 의견을 모을수 밖에 없다고 본다.
그렇다면 이시점에서 왜 야당이 앞장서 지역분열을 조장하는가.지난해 대통령선거때부터야권분열이 지역분열로 직결되고 그것은 곧 4·19이후의 길고긴 민주화투쟁을 한낱 물거품으로 만들 소지가 충분했음에도 불구하고 왜 분열했는가.더구나 민주화투쟁에 앞장섰다는 재야세력이 왜 야당분열을 부채질했는가. 문제의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다.
그것은 야당이 식민지적 유산을 스스로 벗어나지 못하고있기 때문이라 할수 있다. 아니우리 국민 모두가 아직도 식민지 분열정책의 유산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이 같다는 한가지 사실만으로 표를 몰아주는 것이 우리네 참모습 아닌가.
혹자는 이번 총선의 결과를놓고 야권의 과반수 이상 당선만을 강조하여 그것이 민주화 작업을 촉진할 것이라는 관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한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진정한 민주화의 추진은 우리 사회가 직능별 내지는 계층적으로 분화되는 과정속에서전개되어야 하는 바 현재의 지역적 분열이 이러한 계층적 분화로 이어지는 아무런 연결고리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것이 계층적 분화를저지·억제하는 다분히 반역사적인 성격을 지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지역분열주의, 그것은 중세 봉건사회로의 회귀를 뜻한다. 그리고 그것은 민주화 과업 이외에 우리 시대의 또다른 민족적 과제인 자주화와 민족통일에도 결코 도움이 못된다.
지역감정을 부추겨 지역적 붕당을 이끌고 있는 오늘의 정치지도자나 그밑에서 지역적 몰표위에 선량의 금배지를 달려고하는 자들은 모름지기 이점을 명심하라.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