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민 임시전당대회 의미와 전망|진보적「강성야당」본격출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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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7일 총선승리의 뒤끝이라는축제분위기에서 치러진 평민당의 임시전당대회는 김대중씨의명실상부한 정치일선 복귀및 재야를 다수·포함한 진보적 성향의 강성야당의 본격출현이라는 두가지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는것 같다.
우선 김총재는 이날의 공식행사를 통해 대통령선거후 거의「사망」에 가까왔던 침체를씻고 정치적으로 완전히 부활했다.
이는 지난 3월17일의「타의」에 의한 총재직 사퇴에서 51일만의 복귀라는 평면적·시간적차원의 단순의미를 넘어 이른바 소외계층의 대변자임을 자임해온「원외투쟁가」,그리고 우리사회의 태풍의 눈으로 간주되는 광주문제의 대표적 피해당사자의 현실적「실권장악」을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4당정립체제 아래에서의 소수 제1야당임에도 불구, 어쨌든 이제 그의 막강해진 힘을 구태여 부인할 근거는 없게 됐다.
형식상 재야가 반점한 평민당이 내부정비를 마치고 13대국회의 출발점에 올라섰다는 점도「김대중복귀」못지않은 뜻을담고 있다. 단적으로 말해 평민당의 출범으로 우리나라의 재야정치사에 일획을 그은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지난총선을 계기로 모든 재야가 한겨레당·민중의당등으로「분산」돼 정치권에 진입,「패배한 신진세력」으로나마 제도권안에 머무른결과를 초래, 재야권이 상당히축소된 것으로 볼 수 있고 따라서 이날의 전당대회는 장외투쟁에 어떤 한계를 고하는한국정치사적 의미로도 해석할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김총재의「안정속의 개혁」을 표방한 최근의잇단 온건발언은 매우 고무적이며 그의 정치력 발휘로도 평가할만 하다.
이러한 바탕위에서 김총재는이날 대회의 총재수락연설을 통해『멀지않아 13대국회가 개원되면 무엇보다 5공화국 유산청산부터 착수해야 할것』이라며△양심범의 전원석방과 사면·복권△광주의거 진상규명 △전두환전대통령 일가의 부정축재조사등9개항을 그 어느때보다도구체적으로 제시한다.
김총재는 이같은 1차적 당면목표가 국회개원의 전제조건이라고 하지는 않았으나『우리의선명야당·정책정당·국민정당으로서의 자세에는 추호의 흔들림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강조한다』고 말해 일단 선정된당의 목표 관철엔 양보가 있을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김총재 특유의 강·온 양동작전의 일면이다.
그러나 문제는 전당대회를 통해서 반체제적·투쟁적 에너지를 장내로 흡수한 평민당이 김총재가 밝힌 3대목표에서 선명을 뺀 정책정당·국민정당의모습을 얼마나 신속히, 그리고내실있게 가시화 하느냐는 점이고 여기에 당안팎에 현존하고 있는 강경세력이 얼마만큼 참을성을 발휘할 것이냐는 점일것이다. 또 이를 위한 인력·재력확보도 난제중의 하나다.
특히 국민정당으로의 탈바꿈은 평민당이 안고있는 지역당·사당화의 극복과도 깊은 함수관계를 맺는 것으로, 김총재 자신이 정치적 생명을 걸고 이문제를 푸는데 노력하겠다는 강한 집념을 보이고 있으나 아직은「의욕」의 단계에서 벗어나지 못한 감이 없지않다.
따라서 이에 대한 강·단기적구상을 갖고 국민적 기반을 확대해나가는 일이야말로 시급한과제라 아니할 수 없다.
이와함께 단일지도체제의 강력한 리더십아래 안주해 당내민주주의와 사당화의 극복문제가요원해지고 있지는 않은지도 깊이 성찰해볼 일이다.

<고도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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