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외국인근로자 건강검진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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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충남 천안시가 관내 외국인 근로자 전원을 대상으로 에이즈 및 성병 등의 감염 여부를 검진키로 해 인권 침해 논란을 빚고 있다.

시는 4일 오후 천안시보건소에서 1백72개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9백58명(17개국)의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에이즈 및 성병.한센병(나병).결핵 등의 법정 전염병과 피부병 등의 감염 여부를 조사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지난달 사업장에 '건강검진 협조' 공문을 보냈다. 검진 기본 방침을 '외국인 보균(감염)자 색출 및 성행위 감염증에 대한 대비책 마련'으로 하고 검진 외국인을 대상으로 성병 교육을 하면서 피임기구도 나눠주는 등 검진사업비 1천1백만원 중 1천50만원을 에이즈.성병 검사시약비로 사용할 예정이다. 검진 종목에 간염.호흡기 질환 등 생활.작업환경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질환은 포함돼 있지 않다.

이에 대해 서울 외국인노동자센터 박선희 상담사는 "직업병은 제쳐두고 에이즈와 성병 검사를 위주로 하는데 어떻게 외국인을 위한 검진으로 볼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한국 이주노동자 인권센터 양혜우 소장은 "무료 건강검진을 빌미로 내국인에게는 실시하지 않는 에이즈.성병 검사를 외국인 근로자만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것은 명백한 인권침해"라며 "인권단체 전국 네트워크를 통해 강력히 대응하고 국가 인권위에 제소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일부 외국인 근로자들은 시 검진 계획에 불쾌함을 표시하며 회사의 검진 권유에도 불구하고 응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 기업체 인사담당자는 "근로자들이 원하지 않을 뿐더러 회사에서 자체 건강검진을 실시하고 있어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보건소 관계자는 "이번 검진은 외국인 근로자들의 건강을 위한 사업으로 인권 침해 가능성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며 "희망자에 한해서 검진하겠다"고 말했다.

천안=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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