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 약한 해임안' 정국 요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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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이 분수령에 이르렀다. 한나라당은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공은 청와대로 넘어갔다.

안건을 처리하면서 한나라당은 "노무현 정권과의 전면전"(홍사덕 총무)으로 규정했다. 사안은 金장관 한명의 문제를 떠났다.

노무현 대통령의 선택에 따라 전개될 상황은 전혀 달라진다. 해임건의안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한나라당은 "야당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강력한 투쟁을 할 것"(박진 대변인)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대통령 친인척 비리조사 특위' '권노갑.박지원 비자금조사 특위' '굿모닝시티 사건 조사 특위' 등을 가동 중이다. 충돌은 전방위로 확산될 전망이다.

盧대통령이 金장관을 해임하면 일단은 수습국면이 된다. 그러나 이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한다. 그동안 盧대통령은 "납득할 수 없다"고 부정적 반응을 보여왔다.

유인태 정무수석은 "정리된 입장은 없다"고 했지만 "수용할 경우 제2, 제3의 해임건의안을 막을 방법이 없다. 그러면 어느 장관이 제대로 일을 하겠느냐.

야당의 눈치나 봐야 할 텐데. 그러면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는 柳수석이 문희상 대통령 비서실장과 만나 대책을 논의한 뒤 정무수석실 비서관들과 구수회의를 하고 난 다음의 발언이다.

파장은 여야 양 진영 내부에도 미치고 있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안도의 표정이다. 최병렬 대표는 "동지들이 고맙다"는 말을 연발했다. "결속을 다졌고, 다수의 힘을 보여줘 盧대통령과 정부의 총선 지원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다"는 자평도 나온다. 그러나 해임 주장의 명분이 많이 희석돼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민주당은 미묘한 분위기다. 신주류 일부가 실력 저지를 주장했으나 무위에 그쳤다. 구주류의 협조 없이는 원내에서 무력하기만 할 뿐이라는 점을 확인한 셈이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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