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외교에 한반도가 단골 메뉴로 |전방위 외교 추진하는 일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정치 대국을 추구하는 일본 외교가 부쩍 활발해지고 있다. 서방 선진국 정상회담 참여는 이미 고전으로 되었고, 일소 외상회담 개최, 캄푸치아 화평을 위한 국제회의 참가 타진, 「다케시타」(죽하등) 수상의 유럽순방, 「우노」(우야) 외상의 북경 방문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구미 열강과 북방외교, 그리고 아세안 등 제3 세계를 포괄하는 이른바 「전방위 외교」가 계속 추진되고 있다.
중공 관영 신화사 통신의 보도처럼 이러한 일본의 외교적 시도는 『경제대국에서 정치적 강대국이 되기를 추구하는 것』이며 『적극적인 외교와 경제활동을 통해 국제정치 무대의 중심지가 될 것을 의도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서도 일본은 특히 중공과 소련의 개방무드와 아시아-태평양에의 본격 진출 움직임과 더불어 서울올림픽 개최와 관련된 한반도 정세의 활성화에 의해 크게 자극 받고 있는 인상이다.
그러한 예로 일본의 외교 공세에 「한반도문제」가 단골 메뉴로 등장하고 있음을 들 수 있다.
이는 한국의 독자적인 중공과의 접촉이 적극적이고 구체화되면서 일본의 영향력을 어느 정도까지는 「유지」해야겠다는 포석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우노」 외상은 북경 방문에 앞서 한국 측으로부터 일본이 한중관계 정상화를 위한 교량 역이 되어 달라는 부탁을 「비공식적」으로 받았다고 했지만 한국 측은 즉각 『한국은 일본의 개입 없이도 대 중공관계 개선을 추진할 수 있다』고 「공식적」으로 반박했었다. 그런데도 「우노」는 관계상 은밀히 추진해야 할 막후 협상을 한국 측이 부탁하지 않는다고 해도 부탁 받은 것 이상으로 공개적으로 행동해 나가겠다는 인상을 풍기고 있다.
이러한 행동 유형은 중공을 찾는 일본의 각계 인물에 공통적인 것이라 할만큼 중공을 빌어 한반도에 관한 발언을 빼놓는 일이 드물다.
일본의 외교뿐 아니라 내부로부터의 한반도 정세에 관한 관심도 계속 표명돼 최근 들어 서울 올림픽 개최에 따라 한반도 정세가 긴박하며, 북한과 소련의 동향이 심상찮다는 등 긴장감을 자아내는 뉴스도 동경을 진원지로 하여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번 싱가포르에서 북한으로 밀 반출되려던 일본제 전략물자 수출기도의 경우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전쟁을 준비중인 북한에 대한 수출」이라는 표현을 덧붙여 남북한 관계에 관한 한 대립적인 관계를 부각시키는 인상이 두드러진다.
일본은 또 서울 올림픽 테러대책 국제회의에 상당히 적극적이다. 이에 관련된 기사는 당사자인 한국 쪽보다 일본 보도기관을 통해 한국에 인용 보도되는 예가 훨씬 많은 편이다.
또 최근에는 요도 호 납치범들과 일본 적군파가 중동에서 테러를 준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사가 동경발로 보도되고 있다.
모든 사고에 대처해야 할 한국의 경계심을 불러일으키는데 이러한 정보와 경고가 필요하고 도움이 됨은 물론이다.
이러한 일본의 「관심」이 모두 정치 대국화에 따른 응분의 책임감에 따른 선의에 기초한 것이겠지만 한반도 문제에 관한 한 일본의 한국·미·중공간 협조 분위기에 대한 견제 심리도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전택원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