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법 어긴 국회, 다시 기한 넘긴 지방선거 선거구 획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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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통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현동 기자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통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현동 기자

 국회가 또 법을 어겼다.
 여야는 지난 7일 국회 본회의에서 6월 지방선거와 관련해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처리해 시ㆍ도 의원 정수와 선거구를 획정키로 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다시 미뤘다. 선거구 획정의 법정 시한은 지방선거 180일 전인 지난해 12월 13일이었다.
 2014년에 치러진 직전 지방선거 때도 선거구 획정이 늦어지면서 애초 2월 21일이던 기초의원 후보자 등록을 3월 2일까지로 연기했다.
 그런데 여야는 왜 이번에도 법을 어겨가며 합의를 못하는 걸까.

 여야가 다투는 문제는 광역의원 정수와 연동형 비례대표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 선거 결과, 당선인 숫자가 정당 득표율에 못 미치면 부족한 숫자만큼 비례대표 의원으로 충원하는 제도다. 현행 소선거구제가 유권자의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사표(死票)를 양산한다는 비판이 많아 대안으로 자주 거론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될 경우 의원 선출 방식은 이렇다. 가령 서울 권역의 총 의석수가 100석이라고 가정하고, A정당 지지율이 50%라면 50석을 배정한다. 이때 A정당 지역구 당선자가 30명이라면, 20명을 비례대표로 마저 채우는 방식이다.

 당 지지율에 비해 의석 점유율이 낮은 소수 정당에서 특히 선호한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지난 6일 국회 연설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야말로 공정한 정치를 만드는 시작”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해 협치의 제도적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2014년 지방선거때 사용된 모의투표 용지. [중앙포토]

2014년 지방선거때 사용된 모의투표 용지. [중앙포토]

 더불어민주당은 긍정적인 입장이다. 민주당 박주민ㆍ소병훈ㆍ김상희 의원이 권역별 비례대표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에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포함했다.

 반면, 자유한국당 입장은 완고하다. 함진규 한국당 정책위의장은 “군소 정당이 자기 의석을 늘릴 수 있는 걸 들고나온다. 당리당략으로 하면 국민적 공감을 못 받고 타당성도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최근 국회 입법조사처는 20대 총선 결과를 대상으로 현행 ‘소선거구제+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중선거구제+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바꿀 경우의 의석수를 분석해 발표했다.

 20대 총선에서 무소속을 제외한 실제 득표율과 의석 점유율은 새누리당 36.0%(32.7%), 민주당 27.5%(34.3%), 국민의당 28.8%(25.9%), 정의당 7.8%(7.2%)였다. 민주당이 7%포인트가량 이득을 본 셈이다.

 이를 ‘중선거구제와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바꾸면 그 결과는 새누리당 36.1%(35.9%), 민주당 27.5%(27.4%), 국민의당 28.8%(28.8%), 정의당 7.8%(7.8%)로 나타났다.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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