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기자코너] 청소년에 대한 기사 흥미 위주 과장보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5면

최유리 학생기자 전주 솔내고2

"요즘엔 압수에 대비해 아예 휴대전화를 두 대씩 가지고 다니는 학생들도 드물지 않다."

최근 10대 청소년들의 휴대전화 사용 실태를 다룬 일부 언론 보도에서 한 교사의 말을 인용한 내용이다. 하지만 아무리 철이 없어도 선생님께 뺏길 것에 대비해 휴대폰을 두 대씩이나 들고 다니는 학생이 얼마나 될까.

얼마전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대화형 문자메시지 서비스 '심심이'에 대한 기사에서는 청소년들이 "누군가와 말하곤 싶지만 아는 사람과 대화하기 부담스러워 심심이와 자주 대화를 나눈다"는 10대의 말이 인용됐다. 속마음을 하소연할 데가 없어 컴퓨터 프로그램에 털어놓는다는 사실은 어른들이 보기에 충격일 것이다. 심심풀이라면 몰라도 내 주위에 그러한 서비스로 고민 상담을 대신하는 친구들은 아직 없다.

요즘 10대들은 비밀을 털어놓을 상대도 없을 만큼 고립돼 산다는 식의 과장 보도를 접하면서 같은 또래로서 황당하기만 하다.

지난해 내신등급제 관련 기사에서는 어떤가.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 사이에서 '내신 전쟁'이 있다면서, 친구들끼리 서로 노트 필기조차 빌려주지 않는다거나 친구의 노트를 찢어버린다는 등의 극단적인 예가 많았다.

그러나 학생들이 그럴 정도로 경쟁에 내몰리는 건 아니다. 대다수 학생은 급우들에게 노트를 빌리거나 빌려준다.

청소년들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기성세대들은 이러한 기사를 통해 청소년들을 파악하고 판단할 것이다. 기사의 흥미를 위해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런 식의 과장은 기성세대들에게 그릇된 인식을 심어줘 세대간 단절을 부채질할 수도 있어 걱정된다. 아직 교실엔 인정미가 넘치고 활기가 있다. 마음 터놓을 상대가 없어 컴퓨터와 대화할 정도도 아니다. 청소년들의 좀 더 밝은 모습을 보여주는 보도가 많았으면 좋겠다.

최유리 학생기자 전주 솔내고2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