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어붙이기론 안 된다|장성효 <경제부 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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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4·26 총 선의 결과가 여당의 과반수 의석 확보 실패로 나타나자 관가의 표정은 여당과
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한마디로「놀라움」이었다.
개표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경제기획원·재무부·상공부 등 경제부처들이 밀집한 과천청사
에서는 간부들이 모여 선거결과와 그것이 가져올 향후 경제운용의 불가피한 전환이 화제의
대상이었다.
그 동안 『집권당의 보호막 속에서 순항해 오던 행정 집행방식이 이제는 끝났다』는 우려
가 나오는 등 야당이 과반수를 넘는 국회에서 경제정책의 잦은 제동을 어떻게 피해 나갈지
우선은 걱정스런 분위기였다.
자리 보전과 관련해서 여권 중진인사의 대거 탈락에 따른 집권세력의 재개편이 몰고 올
행정부의 인사 개편도 궁금증의 대상이었음은 물론이다. 특히 새삼 관심을 끄는 대목은 관
리들이 이구동성으로「언론의 중요성」을 크게 강조하고 나서는 점이다. 여야가 타협과 대
화의 자세로 국정을 운영하면 다행이지만 대립과 갈등을 노출할 경우 결국 제대로의 방향을
제시하고 끌고 나갈 책무는 언론에 기대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들이다.
그 동안 여당이 절대 다수를 놓쳐 본 경험이 없었던 만큼 야당이 수적으로 우세한 국회의
등장은 정치는 물론 경제정책 운용에도 「미답의 장」을 제공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새로운 상황의 전개가 「우려」만 일수는 없을뿐더러 또 그것을 수습해 추스르는
과정이 여야나 행정부·언론 중 어느 한곳만의 노력으로 해결될 일도 아니다.
돌이켜보면 우리나라처럼 행정하기가 편했던 곳도 드물었다. 일단 정책을 세우면「효율」
을 앞세워 밀어붙이면 그대로 통했던 것이 우리 경험이다. 대외 개방 문제만 해도 협상과정
을 공개하라는 여론의 요구를 무시하고 일방통행 방식을 고수했던 것 아닌가.
국회는 국회대로 적당히 협상하는 체하다 여당의 밀어붙이기 식으로 운영됐고 야당의 역
할은 기껏해야 꼬리를 잡아 이를 물고 늘어지는 척(?)하는데 그쳤었다.
국회에서 야당이 과반수가 됐다는 사실만 갖고 우려할 것이 아니라 이를 긍정적인 방향으
로 의미를 살려 가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간의 정책집행이 효율의 극대화에
두어졌다면 다수 야당의 등장으로 견제와 균형을 조화시키는 합리적인 정책수행의 바탕을
마련했다고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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