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친구] 청소년 교육 나선 '재테크 전문 삼총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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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경제적 기반이 없는 젊은이들이 흥청망청 돈을 써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우리가 매일 만나는 부자들은 하나같이 아주 보수적으로 돈을 굴려요. 요즘 학교에 찾아가 재테크를 강의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힘을 합쳐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돈 관리 교육을 할 계획입니다."

지난달 27일 낮 서울 중구 순화동 한 음식점. 대표적인 재테크 전문가 세 사람이 한자리에 모였다. 김성엽(金星燁) 하나은행 재테크팀장, 서춘수(徐春洙) 조흥은행 재테크팀장, 보험교육컨설팅업체 비손에스티 백정선(白正善) 대표가 바로 그들이다. 요즘 신문.방송 등에 단골로 출연해 맞춤식 금융상담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이들은 만나자마자 서로에 대한 칭찬을 쏟아냈다.

"徐팀장은 성실하고 의리가 있어요. 만날수록 괜찮은 사람이에요. 白대표는 보험지식과 마케팅 능력을 겸비했어요. 보험 분야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든 전문가죠."(金팀장) "金팀장은 어떤 모임에서든지 참석자들을 이끄는 리더십이 돋보여요. 부러워 샘이 날 정도예요. "(徐팀장)

金팀장은 1998년 하나은행 최우수 프라이빗뱅커(PB)로 뽑힌 재무상담 전문가다. 98년부터 조흥은행 재테크팀장으로 일해온 徐팀장은 최근 재테크 가이드 '부자의 꿈을 꾸어라'를 펴내는 등 일반인들에게 친숙한 얼굴이다. 99년 금융감독원에 의해 '보험 부문 신지식인'으로 뽑인 白대표는 알리안츠제일생명 여의도지점장 등을 지낸 베테랑 보험컨설턴트다.

62년생 동갑내기인 이들은 '동향(同鄕)''동문(同門)'의 인연을 갖고 있다. 金팀장과 白대표는 75~77년 서울 광진구 수도사대 부속중학교를 함께 다녔고, 金팀장과 徐팀장은 전북 고창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이들이 본격적으로 우정을 나눈 것은 외환위기가 발생한 97년께. 당시 실업자가 급증하고, 서민들의 살림이 빠듯해지면서 재테크에 대해 일반인들의 관심이 커졌다.

"金팀장이 신문에 쓴 재테크 칼럼을 보고서 '내 중학교 동창이 아닐까'하는 의문이 들어 전화를 걸어보니 맞더라고요. 20여년 만에 옛 친구를 만나니 너무 반가웠습니다. 당시에 徐팀장과 金팀장은 기업체 등에서 함께 금융 관련 강연을 하면서 서로 막역하게 지내고 있었고요."(白대표)

金팀장과 白대표는 중학생 때 키가 작은 편이었다. 정원이 60명인 한반에서 키가 작은 학생부터 번호를 정했는 데 白대표가 14번, 金팀장이 19번. 교실에서 앉는 자리도 바로 앞뒤였다.

白팀장은 "우리들은 중학교 때 키가 작아 덩치가 큰 친구들에게 주눅이 들었는지 비교적 조용하게 지낸 것 같다"고 회고했다. 두 사람은 고교 이후 키가 빨리 자라 지금은 꽤 큰 편이다. 고교 때 해마다 키가 10㎝씩 자란 金팀장의 현재 키는 1m81㎝, 중3 때 키가 1m45㎝였던 白대표의 키도 현재 1m75㎝다.

金팀장은 전북 고창서 초등학교 5학년까지 다닌 뒤 서울로 유학 왔지만 徐팀장은 고등학교 때까지 고창에서 성장했다. "어렸을 때 농사일을 많이 거들어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았죠. 특히 어린 시절 고향에서 등짐을 지면서 키운 체력 덕분에 지금도 며칠 밤을 새워 일해도 거뜬합니다."(徐팀장)

지난 6월 조흥은행 파업 때 삭발했던 徐팀장은 "재테크 전문가로서 외부에 얼굴을 내밀 일이 많아 머리를 깎을 때 고민이 많았다"며 "어릴 때 제 별명이 '소도둑놈'인데 머리를 깎은 뒤 거울에 나타난 제 모습이 딱 그 짝이었다"고 환하게 웃었다.

하재식 기자

사진=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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