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러바사스시 '실외 공공장소도 금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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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미국 캘리포니아주 캘러바사스시는 17일(현지시간) 건물 안은 물론 모든 실외 공공장소에서의 흡연도 금지하는 강력한 금연정책을 시작했다.

새로 추가된 금연 지역은 원칙적으로 옆 사람에게 간접흡연의 피해를 줄 수 있는 곳을 모두 포함한다. 야외 카페, 버스 정류장, 축구 경기장, 실외 수영장은 물론 공원.주차장과 인도에서도 담배를 피울 수 없다.

캘리포니아주 등에서는 공공건물 안과 피서객으로 붐비는 바닷가 산책로 등 일부 실외 공공장소에서 담배를 못 피우게 하고는 있다.

그러나 실내외를 막론하고 모든 공공장소에서 금연 조치가 내려지긴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언론들은 "지금까지 미국에서 채택된 금연정책 중 가장 강력한 조치"라고 전했다.

흡연 가능 지역은 원칙적으로 자기 집 등 지극히 사적인 공간으로 제한된다. 주차장에 세워둔 자신의 차에서는 담배를 피울 수 있다. 그러나 이때도 창문을 내려서는 안 되며 동승자가 없어야 한다. 다른 사람이 담배 연기를 마시지 못하게 조치한 뒤에 피우라는 것이다. 금연 규정을 어기면 처음엔 경고로 그치지만 다음부턴 최고 500달러의 벌금을 내야 한다.

캘러바사스시는 로스앤젤레스 서쪽에 위치한 인구 2만5000여 명의 소도시. 이곳에서 미국에서 가장 엄격한 금연 조치가 내려지게 된 데는 배리 그로브맨 시장의 역할이 컸다. 변호사 출신으로 환경보호에 앞장서 온 그는 강력한 금연주의자로 유명하다. 지난달 그로브맨 시장이 금연 법안을 제출하자 다섯 명의 시의원 전원이 흔쾌히 동의했다.

그로브맨 시장은 "담배를 피울 권리란 있을 수 없으며 맑은 공기를 마실 권리만 존재할 뿐"이라고 말해 왔다.

캘러바사스시 측은 간접흡연에 따른 피해가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해 이번 조치를 내렸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미국에선 한 해 5만2000여 명이 간접흡연에 의해 숨지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금연단체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미국 내 다른 도시에서도 비슷한 조치가 내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애연가들과 담배회사들은 반발하고 있다. 세계 최대 담배회사인 필립 모리스 측은 "초등학교 운동장 등 어린이를 위한 공간도 아닌, 모든 야외에서 흡연을 제한한 것은 지나친 처사"라고 불평했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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