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빚 밀리고, 은행빚 쌓이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2면

한동안 안정세를 보였던 카드사의 대환대출(신규 대출을 일으켜 연체 대출을 정상 대출로 바꾸어 주는 것) 연체율이 오름세로 돌아서고, 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도 급등하는 등 금융권의 소비자 대출 부문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현재 9개 전업 카드사의 대환대출 연체율은 19%로 6월 말보다 0.7%포인트 높아졌다.

지난해 말 20%를 웃돌았던 대환대출 연체율은 올 상반기 중 카드사들이 대환대출 규모를 늘리면서도 대출 요건을 강화하는 등 여신 관리에 나선 데 힘입어 일시적인 하락세를 보였다. 하지만 지속되는 경기침체로 대환대출을 받은 카드 회원들의 수입이 줄면서 다시 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한 것이다.

카드 대출과 함께 대표적인 소비자 대출 상품인 은행 가계대출 연체율도 계속 높아지고 있다.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지난 6월 말 2.67%에서 7월 말 2.9%로 높아진 데 이어 8월 말에는 3%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우리은행의 연체율도 6월 말 1.22%에서 8월 말 1.92%로 높아졌고, 신한.외환.하나은행도 최근 3개월간 가계대출 연체율이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보통 휴가철인 7, 8월에는 연체율이 오르는 경향이 있지만 최근의 움직임은 장기적인 경기 침체가 주된 요인으로 분석된다"며 "가계의 자금난이 쉽사리 해소될 것 같지 않다"고 우려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특히 카드업계의 경우 대환대출 규모가 지난해 말 6조9천8백억여원에서 지난 7월 말 14조6천9백억여원으로 늘어나는 등 급증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대출금 연체율까지 계속 높아지면 경영 정상화가 지연될 수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이에 따라 카드 대환대출의 자격 요건을 보다 엄격하게 적용하는 등 관리를 강화하도록 카드사들을 지도하고, 은행권의 경우 가계대출을 억제하는 한편 중소 우량기업에 대한 신용대출을 활성화하도록 적극 유도할 방침이다.

임봉수.장세정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