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선거결과를 보는 미-일의 시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동경=최철주 특파원】일본의 정계 및 경제계는 한국의 국회의원 총선거결과가 기본적으로 한-일 관계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예상이상으로 세력이 확대된 야당이 양국의「성숙한 관계」에 브레이크를 걸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한국의 일부 야당이 대여공세의 일환으로 한일기본조약 체결 및 김대중씨 납치사건이후「양국 유착관계」를 추궁하며 경제적으로는 대일 무역적자 등을 정치문제화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대외시장 개방 및 무역자유화정책 추진이 늦추어지는 사태를 예견하고 있다.
한국경제를 분석하고 있는 일본장기신용은행의「다케우치」상무는 야당의 진출이 국민소득의 평준화속도를 가속화하고 기업이익의 사회환원, 종업원복지대책을 강력히 추진토록 할 것이며 기업들은 임금인상 압박을 덜기 위해 공장자동화에 박차를 가하고 국내시장 중시형 경제로 전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외무성 및 통산성은 노태우 정권의 기반 취약이 해외시장 개방압력에 대응하는 저력을 약화시킬 것이며 중소기업 및 근로자들의 불만 때문에 시장자유화 정책은 지연될 것이라고 관계 소식통들이 밝혔다.
「다케시타」수상은 27일 한국총선 결과에 대해『예상을 크게 벗어난 것은 아니다. 소선거구제도가 여당에게 유리하지 못했던 것이 아닌가. 그러나(한일관계를)꾸려 나가기 어려운 것은 아니다』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러나「아베」자민당 간사 장은『우리들의 예상과 다른 상황이 돼 버렸다. 민정당에게는 큰 충격일 것』이라고 논평하고 일본정부 및 자민당이 세력이 증대된 한국의 각 야당과의 관계를 강화해 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정계인사들은 한국에서 제1야당으로 자리를 굳힌 김대중씨의 평민당이『금후 정국 유동화의 재료가 될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언급하고 있는 점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일본야당 가운데 지금까지 친 북한 일변도의 정책을 견지해 온 사회당은 이번 한국야당의 진출을 계기로『「도이」위원장의 방한을 적극 추진, 한국국민과 교류를 갖고 싶다』고 주장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