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종의 미」를 위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유세장의 함성은 멎었다. 초봄의 날씨를 덥혔던 열기도 끝났다.
불법·탈법·폭력이 있었지만 승리를 위해 모두가 최선을 다했다.
이제 남은 것은 질서 있는 투표와 공정한 개표, 정확한 계표, 그리고 패자의 승복뿐이다. 이것은 선거의 핵을 이루는 가장 중요한 과정이다.
선거란「정치의 건강진단」이다. 선거과정과 결과를 보면 그 나라의 정치를 알 수가 있다. 이런 점에서 이번 선거가 그렇게 만족스럽지는 못하다. 그러나 나머지 과정만 제대로 치러진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
투표는 26일 오전 7시를 기해 전국적으로 시작되어 질서정연한 가운데 조용히 진행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투표가 끝날 때까지 지속돼야 한다.
투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유권자의 직접투표와 기표의 비밀보장이다. 자유당 때의 선거에서는 관에 의해 이것이 유린됐었다. 그러나 지난 12·16 대통령선거에서는 민간인들에 의해 기표의 비밀이 파괴됐었다.
당시 조용하고 질서 있게 진행됐던 개표에 오후에 들어 무질서해졌던 기억을 잊을 수가 없다. 일부 지역에서 그 지역출신 지지자들이 특정후보에게 기표하도록 강요해 일부 선거구에서 사실상의 공개투표가 이뤄졌었다. 이런 부정은 결코 재현되지 말아야 한다.
개표의 공정도 더없이 중요하다. 이것은 선관위의 관할이므로 크게 우려되진 않는다.
그러나 선관위는 계표의 공정에 특별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지난 대통령선거 때 컴퓨터 조작에 의한 계표 부정이 있었다는 야 측 주장이 있었던 것은 불행한 일이다.
투표함의 관리도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지난 선거에서 이 문제로 서울 구로 구청의 소동이 있었던 경험을 새삼 되새겨야 한다. 선관위는 오해의 여지가 있는 행위를 피하여 선거질서가 어지럽혀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필요가 있다.
선거의 투표·개표·계표의 절차가 모두 공명하게 끝났을 때 패배한 후보의 승복이 가능한 것이다.
지난 선거에서 패자들이 승복을 거부하여 뒷맛이 개운치 못했던 사실은 국민들에게 아직도 유감으로 남아 있다.
선거는 일반국민으로선 가장 구체적인 정치 참여다. 선거를 통해 정치적 불만을 해소하고 새로운 정치구도가 마련된다. 따라서 선거는 법에 따라 엄정하고 공명하게 수행돼야 한다.
정치적 후진국의 정치불안과 변혁은 바로 부정선거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승만과「마르코스」붕괴의 직접적인 원인도 바로 부정선거였다. 유신이래 우리 정권들이 정통성 도전을 받은 것은 국민의사가 제대로 반영될 수 없는 선거제도 때문이었다.
이제 총 선도 끝나 가고 있다. 이것으로 제6공화정의 기본구조를 마련하는 마지막 작업이 끝난다.
이 유 종의 미를 위해 질서 있는 투표, 공정한 개표, 정확한 계표와 패자의 명쾌한 승복이 따르도록 국민 모두가 끝까지 합심해야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