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전국 여검사들 모인다…28개 검찰청 연쇄 간담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전국 28개 검찰청이 ‘여검사 간담회’를 연쇄적으로 열기 시작했다. 창원지검 통영지청 서지현 검사가 8년 전 한 상가에서 안태근 당시 법무부 정책기획단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과 관련해서다. 여검사들은 이를 통해 의견을 모은 후 직속 상관에 보고없이 바로 대검찰청에 보고서를 전달하게 된다. 경우에 따라선 서 검사 사건을 계기로 검찰조직 내 성폭력 고발 ‘미투(MeToo)’ 캠페인이 급속히 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1월31일 전국 18개 검찰청 여성 수석 검사들에게 성문제 피해여부 등 의견 수렴을 위한 간담회를 실시하라고 지시했다. [연합뉴스]

문무일 검찰총장이 1월31일 전국 18개 검찰청 여성 수석 검사들에게 성문제 피해여부 등 의견 수렴을 위한 간담회를 실시하라고 지시했다. [연합뉴스]

대검의 한 관계자는 2일 “이번 사건을 엄정히 조사해 자체 조직문화 혁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게 대검 지휘부의 인식”이라며 “검찰총장 요청으로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여검사 회의가 열리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고 말했다.

문무일 총장, 여검사 간담회 실시 지시 # 피해 여부 전수조사, 보고서 작성키로 # 대검은 진상조사단에 자료 넘길 예정 # 성평등, 성폭력 예방교육 등도 검토 중

대검에 따르면 문무일 검찰총장은 1월 31일 대검 여성 연구관 2명을 통해 전국 28개 전국 검찰청의 여성 수석검사들에게 설명 문건을 보냈다. 여성 검사 전원을 대상으로 2월2일까지 조직 내 성범죄 관련 문제점, 필요한 조치 사항, 양성평등 문화 조성 방안 등을 전수 조사하기 위해 여검사 간담회를 진행하라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상당수 검찰청이 이미 모임을 갖거나 곧 가질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공문을 보낸 날은 대검이 조희진 서울동부지검장을 단장으로 하는 ‘성추행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을 운영하겠다고 밝힌 날이기도 하다. 조사단은 서 검사가 폭로한 성추행 의혹은 물론 이후 추가로 드러난 검찰 내 성추행 의혹 사건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서지현 검사가 지난달 29일 JTBC 뉴스룸에 출연, 당시 법무부 간부였던 안태근 당시 검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JTBC 뉴스룸 방송화면 캡쳐=연합뉴스]

서지현 검사가 지난달 29일 JTBC 뉴스룸에 출연, 당시 법무부 간부였던 안태근 당시 검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JTBC 뉴스룸 방송화면 캡쳐=연합뉴스]

대검에선 일선 청에서 취합된 여검사들의 의견을 조 단장이 이끄는 조사단에 넘길 계획이다. 대검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일선 여검사들과 정확하고 생생하게 의사소통하는 문화를 세우려는 게 총장의 뜻"이라며 "총장이 직접 (취합된 의견을) 보고 받고 내용을 검토해 가감 없이 진상조사단에 전달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대검은 여검사 간담회와는 별도로 성평등 교육과 성폭력 예방교육 등도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대검이 보낸 공문 내용

최근 제기된 성추행 의혹사건과 관련해 일선 여검사들의 자유로운 의견을 수렴하고자 합니다.
각 청에서는 5년차 미만 여검사 및 5년차 이상 여검사(평검사 한정)로 두 그룹으로 나누어 간담회 등을 개최하여 주시고, 직장 내 성범죄 관련 문제점, 그와 관련하여 조치가 필요한 사항, 양성평등 문화조성을 위한 방안 등에 관하여 자유로운 의견을 수렴하여 기관장 보고없이 첨부양식에 따라 작성하여 2월2일까지 대검 연구관에게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검찰 문화 개선 및 직장 내 성범죄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의 일환으로 시급하게 요청드리는 점을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현일훈ㆍ박사라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