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동차 산업 무너지면 고용시장에 직격탄 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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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울산1공장 코나 생산라인. [사진 현대차]

현대차 울산1공장 코나 생산라인. [사진 현대차]

전·후방 연관 효과가 큰 한국 자동차산업의 고용창출 효과가 객관적 수치로 드러났다. 전체 매출이 하락하는 동안에도 고용 인원은 오히려 증가했다. 국가 고용 정책 차원에서 자동차 산업을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기업연구기관 한국CXO연구소가 매출 100억원 이상 1081개 자동차 관련 기업을 조사한 결과, 이들 기업이 고용한 인원은 32만7142명(2015년)에서 33만5754명(2016년)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은 이들 기업의 매출액이 2015년 대비 4462억원 감소한 해다. 자동차 산업 매출이 0.2%포인트 감소하는 동안 근로자 수는 2.6%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통상 사업 규모가 커지면 인력 채용도 감소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실제로 한국CXO연구소가 943개 전자업종 기업을 대상으로 동일한 조사를 한 결과, 39만704명(2015년)이 일하던 전자업종에선 일자리가 38만8733명(2016년)으로 감소했다. 이 기간 전자업종의 매출 총액은 7조142억원 감소했다. 매출이 2.2%포인트 감소하자 직원 수도 0.5%포인트 줄어들었다는 뜻이다.

차 산업, 불황에도 일자리 8612개 늘어 #매출 0.2% 감소했지만 인력 2.6% ↑ #매출 줄어도 고정설비 운용 인력 필요 #고용시장 고려한 산업 지원책 절실

또 자동차 산업은 하청업체가 단계적으로 1만 개의 부품을 조립해 상위업체로 납품하면서 하나의 차량을 완성한다. 상위업체가 신규 금형·설비 확보를 요청하면 이를 관리할 인력도 따라 늘려야 한다.

한국 자동차 산업이 독특한 건 영세기업이 창출하는 일자리도 상대적으로 많다는 점이다. 이 연구소에 따르면, 2016년 매출액 기준 소기업(매출 1000억~5000억원)이 추가로 채용한 근로자 수(8만2315명)가 중견기업(매출 1000억~5000억원·7만679명)이나 대기업(매출 5000억~1조원)에서 채용한 근로자(2만5020명)보다 더 많았다. 한편 매출 1조원 이상인 대규모 기업은 전체 자동차 고용의 47%(15만7740명)를 차지했다.

이런 동향은 근로자 수를 기준으로 봐도 마찬가지였다. 2015년에는 6만5250명이 소기업(직원 수 100~300명)에서 근무했지만, 2016년에는 6만8356명이 근무했다. 고용창출 여력이 상대적으로 적은 소기업에서 2016년 한 해 동안 근무인력이 총 3106명 순증했다는 의미다.

기아자동차 공장. [사진 기아자동차]

기아자동차 공장. [사진 기아자동차]

반면 대기업정책·최저임금정책의 영향을 직접 받는 자동차 사업장은 일자리가 감소했다. 실제로 2016년 일자리가 감소한 자동차 관련 기업은 주로 300~500인 사업장(-1751명)과 30~50인 사업장(-197명)이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300명 이상 기업은 업종 분류상 대기업으로 편입돼 중소기업 혜택 누릴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해서, 200여 명 안팎을 채용하던 기업이 추가 고용을 꺼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30인 이상 사업장은 최저임금 보전 혜택 대상에서 제외되는 정책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했다.

1만 명 이상 고용한 한국 자동차 관련 기업은 현대차·기아차·한국GM 등 총 3개사였다. 3개사가 전체 자동차 관련 산업이 채용한 인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35.1%였다. 자동차 부품기업인 현대모비스(9065명)는 완성차 제조사인 쌍용차·르노삼성차보다 더 고용을 많이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16일 중국 충칭시 현대자동차 제5공장을 방문해 현지 공장에서 생산한 차량을 살펴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16일 중국 충칭시 현대자동차 제5공장을 방문해 현지 공장에서 생산한 차량을 살펴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자동차 산업을 국가 고용 정책 차원에서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4차 산업혁명이 확산하면서 일자리 감소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고용정보원과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1일 발표한 '올 상반기 일자리 전망'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조선 등 4개 업종에서 3만6000개의 일자리가 감소할 전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구직기간이 6개월 이상인 실업자(14만7000명)는 2016년(13만3000명) 대비 1만4000명(10.5%) 늘었다.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최대치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8만명) 당시보다 많다.

현대·기아자동차 협력사 채용박람회 [중앙DB]

현대·기아자동차 협력사 채용박람회 [중앙DB]

한편 부산상공회의소는 지난달 30일 자동차부품업계 경영 안정을 지원해 달라는 건의서를 산업통상자원부·금융위원회·국세청·금융기관·보증기관에 전달했다. 부산지역 주력 산업인 자동차 부품업계의 자금난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판단에서다. 고문수 자동차산업협동조합 전무는 “한국GM 가동률이 하락하면서 이원솔루텍이 기업회생을 신청하는 등 일부 부품기업이 영향을 받고 있다”며 “일자리 정책 차원에서 자동차 산업 지원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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