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원도 '미투'···"동료가 내 앞에서 바지 벗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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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의 성추행 피해 사실 폭로로 시작된 한국판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에 현역 경기도의회 소속 여성의원이 가세했다.

경기도의회 이효경 의원 ME TOO운동 동참 #자신의 SNS에 성희롱 피해사실 공개 #"노래방서 동료의원이 바지를 벗어" #"상처받은 피해자와 달리 가해자는 기억도 못해" #이 도의원 "서지현 검사 응원하고 싶었다" 밝혀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 이효경(성남1) 의원은 1일 자신의 인터넷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에 #METOO(해시태그 미투) 표시와 함께 "세고 무늬만 여자인 나도 거의 다반사로 성희롱당한다"며 성희롱 피해 사실을 털어놨다.
그는 "밤 10시에 노래방으로 불러내거나 술 취해서 새벽 한 시에 전화해 사랑한다고 하고 엉덩이가 왜 이렇게 크냐, 가슴이 어쩌고 하는 사람도 있다"고 폭로했다.

[사진 이효경 도의원 페이스북 화면 캡쳐]

[사진 이효경 도의원 페이스북 화면 캡쳐]

동료 의원에게 겪은 성희롱 사례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이 의원은 "6년 전 상임위 연찬회에서 회식 후 동료 의원들과 노래방에 갔는데 한 의원이 춤을 추며 내 앞으로 어영부영 오더니 바지를 확 벗었다"며 "(혼자 밖으로) 나와서 밤새 내가 할 수 있는 욕을 실컷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6년 전 일(성희롱 피해)을 작년에 남편한테 말했다"며 "지금은 아무렇지 않게 말할 수 있다. '그 사람은 노래방 가면 그게 재미있게 노는 방법 같더라고, 한 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더라고"라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자신의 성희롱 피해 사실을 용기 있게 폭로한 서지현 검사를 응원하기 위해 글을 올렸다"고 말했다.
그는 "성희롱은 대한민국 여성들이 일상적으로 자주 접하는 사회 문제인데 크게 상처를 입는 피해자와 달리 가해자는 이런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잘못으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며 "서 검사뿐 아니라 성희롱 피해를 본모든 여성에게 힘을 내라고 응원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 의원은 성희롱을 당한 뒤에도 즉각 항의하지 못했다.
"당시 의회에 여성의원이 많지 않았고 특히 당시 상임위에 소속된 의원 13명 중 나만 여성이었다. 성희롱 피해 사실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사과하라'고 하고 싶었지만, 문제를 제기했다가 왕따가 되고 의원들 간 관계도 불편해질 것 같았다. 이런 이야기가 가족에게 흘러 들어가면 걱정할 것 같아서 그냥 넘어갔다."

이 의원 앞에서 바지를 벗었던 남성의원은 현재 공직에 있지 않다. 하지만 이 일은 두고두고 이 의원에게 상처가 됐다.
피해를 본 지 5년이 지난 뒤에야 남편에게 피해 사실을 털어놨다. 웃으면서 농담하듯 이야기했다고 한다.

경기도의회 이효경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 경기도의회 홈페이지 화면 캡처]

경기도의회 이효경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 경기도의회 홈페이지 화면 캡처]

성희롱 가해자는 동료의원만이 아니었다. 일부 시민들은 "내가 유권자"라는 권력을 내세워 밤늦게 "인사하러 오라"고 불러내거나 음담패설을 건네기도 했다.
이 의원은 "지금은 사회적 인식이 많이 변해서 그런지 다들 조심하는 분위기지만 예전엔 그런 일이 많았다"고 했다.

이 의원은 두 아들을 키우는 엄마이기도 하다. 그래서 아들들과 남편에게 "항상 여성을 존중하고 (성추행 등) 상처를 주면 안 된다. 조심하라"고 당부한다고 했다.
'미 퍼스트(#Me First)' 참여도 독려했다. 미 퍼스트는 미투 운동을 지지하고 성범죄를 목격했을 때'나부터 침묵하지 않겠다'는 성폭행 피해고발 운동이다.
그는 "직장 내 성희롱 피해 등을 폭로해도 오히려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등 2차 피해를 겪는 사람들도 많다"며 "성희롱은 '잘못된 것'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원=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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