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임금 117만원 올랐다는데 물가 인상 따지니 겨우 36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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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물가 인상이 소득 성장의 발목을 잡았다. 임금이 인상돼도 물가가 덩달아 올라 실제 쓸 돈은 제자리걸음을 했다. 급격하게 인상된 최저임금이 올해부터 적용되면 물가를 부추길 가능성이 있어 올해 실질 소득은 더 쪼그라들 수 있다.

실질임금 0.9% 인상, 6년 만에 최저 #최저임금 올라가 물가 뛸 가능성 #올해는 벌어도 쓸 돈 더 줄어들 듯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11월까지 상용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의 임금총액을 조사한 결과 1인당 월평균 347만4000원을 벌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만8000원(2.9%) 늘었다. 연간으로 따지면 117만원가량 소득이 불었다.

한데 물가 수준을 반영한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실질소득은 337만5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34만5000원)에 비해 3만원(0.9%) 오르는 데 그쳤다. 이 기간에 소비자 물가가 2% 올랐기 때문이다. 임금이 인상된 만큼 물가도 오르고, 이게 소득을 끌어내리는 효과를 냈다는 얘기다.

이런 실질임금 인상률은 2011년 이후 6년 만에 최저치다. 물가상승률도 2012년(2.2%) 이후 최고치다. 무엇보다 지난 한 해 동안 달걀이나 배추, 쌀 같은 농·축·수산물(5.5%)과 도시가스(3.5%), 전기료(6.3%)와 같은 서민들이 주로 찾는 품목이 급등세를 보여 실제 체감하는 실질임금 감소 효과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사업체 규모별 임금 총액(1~11월)은 300인 미만 기업의 근로자가 전년보다 4.3% 오른 313만6000원을 벌었다. 300인 이상은 1% 오른 491만8000원으로 조사됐다. 이 수치만 놓고 보면 300인 이상 사업체에 근무하는 근로자의 실질소득은 마이너스 1%를 기록한 셈이다.

올해는 실질임금 인상률이 더 떨어질 전망이다. 최저임금 인상 등 여러 요인으로 생활물가가 치솟고 있어서다. 놀부부대찌개가 부대찌개 가격을 7500원에서 7900원으로 5.3% 인상했고, 커피빈은 다음 달부터 아메리카노 작은 컵의 가격을 4500원에서 4800원으로 6.7% 올린다. 한국물가협회에 따르면 이달 들어 토마토는 한 달 전보다 42.9% 올랐고, 호박 35.5%, 상추 33.9%, 감자 26.9% 인상됐다.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임금 총액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임금 총액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실질 임금을 끌어내리는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올해는 가파르게 오른 최저임금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며 “자영업자 입장에선 (가격 인상이) 생존과 관련된 문제여서 정부가 섣불리 물가정책을 펴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업종별로는 숙박·음식업의 임금총액이 197만2000원으로 가장 낮았다. 이어 사업시설관리 및 사업지원서비스업이 205만원, 기타 개인 서비스업이 240만6000원으로 전체 산업을 통틀어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임금총액이 높은 업종은 금융·보험업으로 533만9000원이었고, 전기·가스·수도업(486만7000원), 전문 과학·기술서비스업(439만5000원) 순이었다.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상용직과 임시직 근로자의 임금 격차는 187만2000원으로 전년도 같은 달에 비해 0.6% 줄었다. 상용직의 1인당 월평균 임금총액은 344만9000원, 임시·일용직은 157만7000원이었다.

일하는 시간은 월평균 177.8시간으로 하루 8시간 기준으로 8일을 쉬고 22일 일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79.8시간에 비해 1.1%(2시간) 감소했다. 상용근로자는 184.6시간 일했고, 임시·일용직 근로자의 근로시간은 109.8시간이었다. 임시·일용직의 근로시간 감소 폭(-1.9%)이 상용직(-1.3%)보다 컸다. 규모별로는 300인 미만 사업장은 1.4% 감소하고, 300인 이상은 0.2% 감소해 규모가 작을수록 감소 폭이 컸다.

최저임금의 영향을 비교적 많이 받는 건설업과 숙박·음식업에서 근로자의 이직과 재취업이 잦았다. 노동 이동률이 각각 34.4%, 18.2%였다. 실직과 취업이 반복되며 고용시장에서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반면 임금수준이 높은 전기·가스·수도업의 노동이동률은 3.1%, 금융·보험업은 4.7%에 그쳤다. 기존 근로자 대부분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셈이다.

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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