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모든 정치세력의 "총 출전" 양상|13대 국회의원 후보 1천45명 등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13일 후보등록이 마감된 13대 국회의원의 경쟁률 4·7대1은 지난12대(2·4대1)에 비해 2배에 가까운 과열 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 수치는 1구2인제 인 9∼12대까지 평균경쟁률 2·8대1보다 훨씬 높으며 후보숫자를 단순 비교할 때 5·16이후 6대이래 가장 많은 1천45명이 등록했다. 역대선거를 통산하면 2대 (2천2백9명), 5대(1천5백63명), 3대(1천2백7명)에 이은 네 번째 기록.
이 같은 현상은 기본적으로 1구1인의 소선거구제 실시로 선거구수가 2백24개로 세분·분할돼 씨족·지연기반으로 출전이 가능하게 된데다「정치 문호 개방」에 따른「변혁기 분위기」가 상승작용을 일으킨 것으로 분석된다.
즉 소선거구제와 새로운 정치환경 출현에 따라 정치신인들이「미지의 정치실험」무대에 대거 뛰어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선거구 세분화가 기성 정치인의 기득권을 상대적으로 약화시킨 데다 민정당이 신인들의 정치무대 진출을 가속화시켰다. 또「제1야당의 부재」에 따른 야권의 교통정리 실패 때문. 두 김씨의 통합실패로 인한 야당 난립현상이 두드러졌으며 소위 재야운동권세력마저 한겨레민주당·민중의 당·정의당 등 여러 개의「재야신당」으로 나눠 제도권진입을 노리고 있다.
따라서 이번 총 선은 모든 정치세력의 총 출전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정계질서의 폭넓은 개편을 예고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는 선관위에 등록된 17개 정당 중 14개 정당이 참여했다. 지난 12대의 경우8개 정당이 출전한 것에 비해 볼 때 군소 정당의 난립을 외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 숫자는 제3공화국의 6대 총선 이래 가장 많은 기록.
후보 중 정당후보는 9백35명이며 이 가운데 민정·민주·평민·공화의「1여 3야」가 전체의 75%를 차지, 여전히 4대 정당간의 4파전 대결구도가 됐다.
무소속 후보는 1백10명으로 전체의 11%를 차지하고 있으며 일부지역에서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2백24개 지역구중 민정당 만이 전체에 후보를 냈으며 2백10명을 공천한 민주당은 8명이 출마를 포기했고 평민당 20명, 공화당 10명이 후보등록을 안 했다.
이와 함께 군소 정당 후보도 출마 포기자가 많아 당초 예상 6대1보다 떨어졌는데 이는 당선 가능성과 선거자금 부담에 따른 것으로 관측.
지역적으로 출마자 현황을 보면 민주당이 광주 5개중 2개만 공천 자를 내는 등 호남 37개중 20개만 공천했고, 평민당은 경북 21개중 7개, 부산15개중 7개만 공천하는 등 영남에서 38개 지역구를 포기, 우려되고 있는 지역 당 현상을 확인시켜 주었다.
서울이 6대1로 가장 높고 인천·대구·부산 등 순으로 대도시가 높은 경쟁률을 나타내고 있는데 이는 무소속과 군소 정당 후보가 집중 포진하고 있기 때문.
가장 치열한 지역구는 9대1의 경쟁률을 보인 서울 구로 을 등 서울 3곳으로 무주공산지역이며 속초-고성, 성주-내곡, 양산, 월성, 보성, 구례-승주, 괴산 등은 2명만 출 진해 2대1의 최저.
5공화국 하에서 퇴조현상을 보였던 무소속 출 진이 대거 늘어나 일부지역에서「태풍의 눈」또는 다크호스로 등장.
우선 민정당 공천탈락 케이스로 박규식(부천 남), 임영득(해남-진도), 정휘동(상주), 홍배죽(동해)의원 등과 김종하 전 의원도 창원에 등록. 마감 날 이해구 전 경기지사(안성)가 무소속으로 전격 등록해 주목.
박종철 군 사건과 관련, 낙천된 이씨는 명예회복의 길은 국회의원 당선밖에 없다고 출전했다는 후문.
이들은 민정당 후보를 크게 위협하고 있으며 민정당 측은 별도 대책 마련에 부심.
이밖에 영입파인 정재원 의원이 공천 탈락 후 고심하다 천 원에서 무소속으로 나섰으며 김정묵씨(안양 을)도 무소속으로 낙착. 남양주의 이용곤 씨도 탈락에 반발, 무소속으로 나섰으나 선거일공고 후 탈당한 것이 선거법에 저촉돼 등록 취소.
민주당에선 박한상(영등포 갑), 박해충(안동군)의원과 신진욱 전 의원(대구 남)이 불명예퇴진의 누명을 씻겠다고 무소속으로 출 진했고 김영삼씨 비서였던 김영백씨(부산 중)도 진짜야당임을 보여주겠다고 무소속출마.
김창근 전 의원(영주-영풍)은 선거법 협상과정에 대한 불만을 이유로 무소속 출 진했는데 민주당 측은 김씨에 대한 예우로 이곳에서 공천 자를 내지 않았다.
호남권에선 강근호(군산), 이필선(광주 서구 갑), 두 전 의원이 출 진, 평민당 후보를 압박.
그외 현대중공업회장 정몽준씨가 울산동구에서 무소속으로 뛰고 있는데 여기에 현대에서 노조관계 직책을 맡았던 김진국씨가 무소속으로 나서 선거 전을 노사대결로 변모시키려 부 심.
무소속 출마자중 무엇보다 관심이 되는 것은 소위 통합 서명 파 의원의 당락. 박찬종(서초 갑), 홍사덕(강남 을), 허경구(송파 갑), 장기욱(강남 갑), 이철(성북 갑)의원 등이 수도권 판세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그밖에 유한열(금산), 김옥선(서천)의원이 무소속을 택했고 이러쿵저러쿵 얘기가 많던 이완돈(안양 갑), 이완희(충주-중원)의원도 재도전.
「1여 3야」외에 군소 정당으론 한겨레민주당이 가장 많은 63명을 공천. 대표위원을 맡고 있는 예춘호 전 의원(부산영도) 조순형 의원(도봉 갑) 빈민운동가 제정구씨(서울종로) 등 최고위원 6명중 5명이 출 진.
한겨레 당 보다 진보성향이 강한 학생운동권 출신이 주축이 된 민중의 당은 34명 공천자중 정태윤 대표위원(구로 을)등 16명만 출전했으며 우리 정의당은 김향철 변호사(강남 갑)가 출마.
후보 중 최고령은 부산 북구 갑에서 무소속으로 나선 이재수씨(73·농업)며 최연소는 온양-아산에서 한주의통일 한국당으로 출마한 최정환씨로 만 25세. 개인사업을 하고 있다.
의정활동 최고참으론 최다선 7선인 김영삼 전 민주당 총재(부산 서)와 이철승씨(전주 을)로 8선의 고지를 향해 진군. 이와는 달리 부산의 만년 출마자 이상철씨가 10회 출마를 기록했고, 김두섭씨(공화·김포-강화)는 7번 낙선의 울분을「7전8기」로 회복해 달라며 8번째 출마.
금 배지를 노리는 여자후보는 모두 13명인데 민정당 3명, 민주당 2명, 평민당 1명, 공화당이 3명을 등록.
스승과 제자, 사촌간이 한 선거구에서 대결하고 형제·동서·사위와 장인이 선거구를 달리해 출진.
포항에서 출마한 이성수 전 의원(공화)과 민정당의 이진우 전 청와대 정무수석·최수환 전 의원(민주)은 사제지간.
서울 중랑 을의 천명기(민정), 박찬(민주), 김덕규(평민)후보는 모두 구 신민당 동지.
그밖에 연예인 출신도 대거 나서 민정당 후보로 이순재(중랑 갑), 신영균(성동 병), 공화당은 박병호(성동 병) 최무룡(파주)씨 등이 나섰다. <박보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