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지킨 서울올림픽, 아들이 지킨 평창올림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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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11사단의 박준현 상병(왼쪽)과 김영훈 일병. 이들은 아버지의 대를 이어 올림픽 지원 업무를 맡게 됐다. [사진 육군]

육군 11사단의 박준현 상병(왼쪽)과 김영훈 일병. 이들은 아버지의 대를 이어 올림픽 지원 업무를 맡게 됐다. [사진 육군]

올림픽이 가족사인 집안이 있다. 30년 전 1988년엔 아버지가 서울 여름올림픽을, 2018년엔 아들이 대(代)를 이어 평창 겨울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는 데 힘을 보탠  ‘올림픽 지킴이’ 부자들 얘기다. 그것도 군복을 입고서다.

육군 11사단 박준현(21) 상병과 김영훈(21) 일병이 주인공들이다.

28일 육군에 따르면 박 상병과 김 일병은 2016년 12월과 2017년 4월에 각각 입대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부터 평창 올림픽과 패럴림픽 지원 임무에 투입됐다. 경기장과 시설 근처에서 인원과 차량을 통제하고,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초기에 대응하는 게 이들의 임무다.

그런데 박 상병의 아버지 박영상(52ㆍ예비역 소령)씨는 1988년  7월부터 12월까지 잠실 올림픽 경기장 일대 경계ㆍ경비를 담당했다. 박씨는 87년 육군 3사관학교 24기로 임관한 뒤 특공연대 소대장으로 복무하고 있었다.

김 일병의 아버지 김태남(50ㆍ예비역 병장)씨는 같은 시기 군수 행정병으로 올림픽 시설의 전기 공사와 건설 자재를 관리하는 역할을 맡았다. 김씨는 87년 병사로 입대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 아버지들의 모습. 왼쪽 사진은 박준현 상병의 아버지인 박영상 씨(선 사람들 중 제일 오른쪽). 오른쪽 사진은 김영훈 일병의 아버지인 김태남 씨(왼쪽에서 첫째).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 아버지들의 모습. 왼쪽 사진은 박준현 상병의 아버지인 박영상 씨(선 사람들 중 제일 오른쪽). 오른쪽 사진은 김영훈 일병의 아버지인 김태남 씨(왼쪽에서 첫째).

두 아버지는 자신처럼 아들도 올림픽 지원 임무를 수행한다는 소식을 듣고 아들에게 e메일로 격려의 메시지를 보냈다고 육군은 전했다. 요즘 부모들은 입대한 자식과의 연락 수단으로 편지보다는 e메일이나 소셜미디어(SNS)를 더 많이 사용한다고 한다.

박씨는 “국가적인 행사에 2대째 지원 임무를 맡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며 “추운 날씨에 고생스럽겠지만 항상 자부심을 갖고 성공적인 올림픽 개최를 위해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성공적으로 치러야 하는 국가적인 행사인 만큼 소홀히 생각하지 말고 전우들과 함께 임무를 완수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김씨도 “30년 전 복무했던 군 생활을 돌이켜보면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올림픽 지원 임무”라며 “아들에게도 평생 간직할 소중한 추억이 생긴 것 같아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김태남(왼쪽)씨와 박영상씨의 e메일을 출력한 것. [사진 육군]

김태남(왼쪽)씨와 박영상씨의 e메일을 출력한 것. [사진 육군]

박 상병과 김 일병은 “아버지에 이어 올림픽이라는 국제적인 행사에서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게 된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며 “임무를 완수해 올림픽이 성공적으로 열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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