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세종병원 화재로 숨진 37명 중 3명은 이 병원의 의료진이었다. 1층에서 당직 의사 1명이, 2층에서 간호사와 간호조무사가 목숨을 잃었다. 생존자들에 따르면 이들은 환자 대피를 이끌고 소화기로 진화를 시도했지만 모두 숨져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당직 의사민현식씨는 이 병원 의사가 아닌 밀양시 인근 하남읍 수산리에 있는 행복한병원 소속 의사다. 그는 의료진 일손이 달리는 밀양 세종병원에서 틈틈이 당직 업무를 수행하며 주로 어르신 환자들을 돌본 것으로 전해졌다.
37명의 사망자 중 가장 늦게 연락이 닿은 민씨의 아내 장모씨는 지난 26일 오후 아들과 함께 안치실에서 남편의 모습을 확인한 후 연신 주먹으로 자신의 가슴을 쳤다. 장성한 아들이 그런 어머니의 곁을 지켰다.
2층 책임간호사였던 김점자씨는 30년 가까이 간호조무사로 일하다 3년 전 간호사 자격증을 땄다. 김씨의 어머니는 “딸은 환자와 결혼했다”고 말했다. 미혼이었던 김씨는 부모님을 평생 모셔 왔고, 지난해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어머니와 단둘이 살아왔다.
김씨는 불이 났던 26일 어머니에게 전화해 “병원에 무슨 일이 난 것 같다”고 다급하게 말한 뒤 전화를 끊었고 이후 전화를 받지 않았다고 한다. 출근하자마자 불이 난 것을 확인하고 구조를 위해 병원으로 들어간 것이다.
간호조무사 김라희씨의 남편은 “아내가 세종병원에서 5년 넘게 근무했는데 그런 사람이 비상구를 모를 리 없다”며 “바로 외부로 통하는 출입구도 있어 만약 아내가 자신의 목숨만 생각했다면 얼마든지 혼자 빠져나왔을 수 있는데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26일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길에 남편과 입맞춤을 하고 세종병원으로 출근했다. 출근한 지 30분이 채 지나지 않은 시각 김씨는 남편에게 ‘살려달라’고 외쳤으나 이 통화를 마지막으로 영원히 이별하고야 말았다.
세종병원 의료진의 유가족들은 27일 현장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마음만 먹었으면 얼마든지 살아나올 수 있었을 텐데 마지막까지 환자들을 대피시키려 하다가 희생된 것이 너무 가슴 아프다”며 “이 희생들을 국가가 잊지 말고 잘 받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신속한 원인 파악과 사고 수습부터 재발 방지 대책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며 유가족들을 위로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