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낙하물,바닥 연소현상에 전열기 없었나?”…경찰 세종병원 화재원인 규명 집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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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밀양 세종병원에서 합동감식반이 정밀감식을 위해 세종병원에 들어가고 있다. 송봉근 기자

27일 오전 밀양 세종병원에서 합동감식반이 정밀감식을 위해 세종병원에 들어가고 있다. 송봉근 기자

27일 오전 10시 37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경남 밀양의 세종병원 1층 출입구에 흰색 옷을 입은 합동감식반원 수십 명이 나타났다. 이들은 장비가 든 가방이나 삽을 들고 잿더미로 변한 병원 1층에 들어갔다. 26일에 이어 감식에 나선 경남경찰청·소방청·한국전기안전공사 등 8개 기관 소속 50여 명이다.

27일 오전 10시부터 합동감식반 50여명 2차 감식 #응급실 바닥과 천장, 탈의실 전열기 여부 등 조사 #일부 환자 팔·다리 결박확인, 승강기서 6명사망도

고재모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안전과장은 “응급실 바닥 발굴하겠다. 천장 쪽에서 발화된 경우 떨어지는 낙하물을, 바닥에서 발화된 경우 생길 수 있는 연소 양상 등이 있는 지 모두 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27일 오전 경남 밀양의 세종병원 화재 현장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8개 기관 관계자들이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27일 오전 경남 밀양의 세종병원 화재 현장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8개 기관 관계자들이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경찰은 이 감식을 통해 응급실의 정확한 발화 지점과 화재 원인을 밝힐 계획이다. 응급실 옆 탕비실(탈의실)은 목격자 진술 등을 근거로 유력한 발화 장소로 추정하고 있는 곳이다. 26일까지만 해도 경찰은 응급실 내 냉난방기나 천장 발화를 추정했으나 1차 감식 뒤 그 가능성은 작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김한수 경남청 형사과장은 “정확한 감식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탕비실을 발화 장소로 보고 있다. 물론 탕비실 내 정확한 발화 지점은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2차(27일) 감식에서 탕비실 내 커피포트 같은 전열기기가 녹아내려 재가 된 건 없는지 등을 살펴볼 것이다. 감식이 끝나면 정확한 화재 지점과 원인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또 병원 설립 당시 도면을 확보해 실제 구조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살펴보고 있다. 도면과 실제 응급실 구조가 다른 데다 세종병원이 147.04㎡ 규모로 무단 증축을 해 2012년 건축물관리대장상에 위반건축물로 등재된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발화 장소로 추정되는 응급실 옆 탕비실은 원래 도면에는 없는 공간이다. 커튼 등이 설치돼 있어 병원 관계자들이 옷을 갈아입는 장소로 쓰인 거로 안다”고 말했다.

경찰은 화재 발생 직후 출동한 소방대원을 대상으로 환자 결박 여부 등 구조 당시 상황도 조사하고 있다. 병원의 대응 잘못이 있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앞서 이날 오전 밀양소방서는 세종병원 옆 종합상황실에서 브리핑을 하고 “일부 환자의 팔과 다리가 노끈 등으로 결박돼 구조가 늦어졌다”고 밝혔다. 통상적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위한 처치를 하거나 다른 환자에게 위해를 가할 소지가 있으면 환자의 손발을 묶어 두는 사실이 세종병원에서도 확인된 것이다.

27일 경남 밀양 세종병원 옆 종합상황실에서 박재현 밀양소방서 구조대장이 구조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위성욱 기자

27일 경남 밀양 세종병원 옆 종합상황실에서 박재현 밀양소방서 구조대장이 구조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위성욱 기자

박재현 밀양소방서 구조대장은 “26일 오전 8시 15분쯤 3층에 진입했을 때 20여명의 환자가 있었는데 이 가운데 1~2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한쪽 손이 끈 등으로 묶여 있었다. 이를 푸는데 30초~1분가량 시간이 걸렸다”며 “당시 입원실 안에 유독가스가 퍼지면서 한시가 급했는데 (결박 때문에) 좀 더 빨리 구조를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화재 당시 21명의 환자가 있던 3층 입원실에서는 9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소방당국은 또 화재 당일 세종병원 1층 엘리베이터에서 6명이 갇힌 채 쓰러져 있었다고 밝혔다. 이들이 당시 사망한 상태였는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지만, 병원 이송 후 모두 사망 판정을 받았다고 소방당국은 설명했다.

이들 6명은 모두 2층 입원 환자로 밝혀졌다. 2층은 원래 거동이 많이 불편한 환자 34명이 입원해 있던 곳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몸이 불편한 이들이 화재 발생 소식을 듣고 급히 대피하려고 엘리베이터를 탔다가 순식간에 번진 연기에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밀양=조한대·위성욱·홍지유 기자 cho.hand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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