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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공 지지율의 부메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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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최민우 기자 중앙일보 정치부장
최민우 정치부 차장

최민우 정치부 차장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 60%가 흔들리고 있다. 25일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에 따르면 문 대통령 국정 수행에 대해 ‘잘한다’고 말한 응답자는 59.8%였다. 지난주보다 6.2%포인트 떨어졌다. 알앤써치 역시 24일 지지율 56.7%라고 발표했다. 연이은 60% 붕괴는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대통령 지지율이 50%대로 접어든 건 그 반대편이 ‘우리도 한번 해볼 만 하다’고 판단할 수 있는 변곡점”이라고 한다. 주눅 들었던 이들이 여론조사에 응하기 시작해 지지율은 더 하락할 것이란 진단이다.

호들갑 떨 일은 아니다. 자동응답시스템(ARS)과 할당표본에 의존하는 상당수 국내 여론조사는 미심쩍은 구석이 많다. 또 역대 대통령과 비교해도 문 대통령은 여전히 상종가다. 한국갤럽 분기별 대통령 지지율 자료를 보면, 이명박 전 대통령은 5년 동안 한 번도 60%를 넘지 못했다. 박근혜·노무현 전 대통령도 60% 지지율은 고작 한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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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속도다. 문 대통령은 최근 두 달 남짓한 사이 15%포인트가량 급락했다. 김영삼(YS) 전 대통령을 연상시킨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YS는 취임 첫해 3분기까진 무려 지지율 83%였다. 1993년말 공약을 뒤집고 쌀 개방을 수용하면서 4분기 59%까지 급전직하했다. 문 대통령도 4분기로 접어들고 있다.

지지율 하락요인은 얼추 짐작할 수 있다.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과정에서 현 정부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공정과 정의가 흔들렸다. 나라다운 나라, 당당한 나라를 세울 것이란 기대는 중국·북한과의 저자세 외교를 겪으며 균열을 일으켰다. 암호화폐·부동산·영어 교육 등에선 정책 혼선을 빚었다. 반전 카드도 마땅치 않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0년 남북정상회담으로 반등에 성공했다. 반면 ‘핵수저’ 김정은과의 회담은 설사 성사돼도 역풍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청와대 관계자는 25일 “민심을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뻔한 답변같지만 이게 정답일지 모른다. 그간 현 정부는 탄핵 반사이익에 취했다. 직접 민주주의라며 지지층과의 소통에만 몰두해 왔다. 그러다 꼰대 진보에 염증을 낸 2030의 이탈에 당황해하고 있다. 아무리 야권이 엉망이라고 해도 자칫 삐끗했다간 회복 불능에 빠질지 모른다. 문 대통령의 진짜 실력은 지금부터다.

최민우 정치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