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700회를 맞은 위안부 수요시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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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수요시위'가 15일로 700회를 맞았다. 수요일마다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벌어지는 이 시위를 모르는 국민이 별로 없을 정도가 됐다. 말이 쉬워 700회지, 시위는 15년째 계속되고 있다. 한여름 땡볕과 엄동설한 추위에서도 그들은 비켜가지 않았다. 고단한 몸을 이끌고 일본이 저지른 범죄를 고발하고 그들의 사죄와 배상을 요구해 온 할머니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숙연해진다.

일본은 묵묵부답이지만 수요시위가 던져준 파장과 영향력은 의외로 크다. 첫째, 유엔 등 국제사회는 일본 정부가 저지른 행위가 여성에 대한 폭력이며 명백한 범죄임을 인정했다. 할머니들은 생생한 증언을 통해 전쟁 중의 강간과 성노예.강제임신 등이 여성의 삶을 얼마나 처참하게 파괴하는가를 국제사회에 처절하게 고발했다. 또한 수요시위는 유엔 상임이사국을 꿈꾸는 일본 정부에 상당한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더 큰 의미는 수요시위가 위안부 할머니의 자기치유의 과정이었다는 점이다. 1991년 김학순 할머니를 통해 위안부 문제가 불거지기까지에는 '침묵의 반세기'가 있었다. 할머니들은 수치와 분노로 숨을 죽였고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시위 초기에도 할머니들은 피켓과 마스크로 자신의 얼굴을 가렸다고 한다. 시간이 갈수록 할머니들의 태도는 달라졌다. '낮은 목소리'로 시작했던 할머니들은 이제 자신들이 전쟁의 피해자임을 깨닫게 됐고 일본이 범죄국가임을 '당당하게'고발하고 있다. 다시는 이런 만행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고발하고 있다.

15년의 세월 동안 105명의 할머니들이 한 많은 세상을 하직했다. 일본 정부는 물론이고 한국 정부도 이들의 외침을 도외시해 오고 있다. 시위가 장기화되면서 일반의 관심도 멀어져 가고 있다.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는 이들을 언제까지 외면할 것인가. 한.일 조약을 근거로 무조건 책임을 기피해 오고 있는 일본 정부의 각성을 촉구한다. 정부 역시 엉뚱한 과거사에만 매달리지 말고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