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에서 7박 8일] 김일성대학 교수 30~40대가 주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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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년간 김일성종합대학의 교원(교수)들이 대부분 30~40대의 젊은층으로 바뀌었습니다. 요즘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세계조류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시대흐름에 민감한 젊은층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지난달 25일 환송만찬장에서 만난 김일성종합대학 김택현 대회협력부장의 말이다.

북한의 각 분야에서 거세게 불고 있는 세대교체 바람은 학계도 예외가 아니었다.

북한학계를 이끄는 사회과학원의 보직간부들도 대부분 30~40대였다. 1997년 '혁명2세대'이자 경제특구인 나선시 설계국장을 지낸 태형철(48)원장이 부임하면서 사회과학원 산하 각 연구소의 실장들이 대거 교체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 2월 평양에서 열린 '일제의 조선인강제연행에 관한 남북학술토론회'에 북측 발표자로 나왔던 30대 후반의 공명성 연구사가 이번에 가보니 역사연구소 근대사실장이 돼 있었다.

북한의 기업소나 공장의 지배인이 40~50대로, 기사장이 30대로 교체되고 있는 최근의 흐름과도 일맥상통한다.

40대 중반인 민족화해협의회(민화협)의 한 간부는 "간부 임명에서 노.장.청 배합원칙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지만 '해방 이후 세대'의 역할과 위상이 상당히 높아진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특히 평양서 만난 30~40대 실무자들은 대부분 지난해 7월 북에서 단행된 경제개혁이나 남북교류의 확대에 긍정적 입장을 보여 주목된다.

이번 남북학술토론회에 동행한 김영환 민주당 의원은 "대표단을 안내하러 나온 북측 민화협의 과장, 실장급들이 모두 30대 후반에서 40대 중반이었는데 상당한 발언권이 있는 것 같았다"며 "북한에서 젊은 세대의 등장은 남북교류에도 긍정적 역할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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