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30명의 '性의 야수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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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대학생.음식점 배달부.헬스클럽 강사.무직자….

정신지체장애인 어머니와 동생들을 돌본다며 성매매에 나선 여중생과 성관계를 맺은 남자 18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崔모(14)양이 "돈을 벌어야겠다"며 성매매를 시작한 것은 지난 4월. 인터넷 채팅을 통해 5개월 동안 30여명의 '아저씨'들을 만났지만, 누구도 제대로 돈을 주지는 않았다.

지난 7월 서울 강동구 암사동에서 만난 대학생 李모(23.S대 3년)씨는 세 차례 성관계를 갖고도 담배 한 갑과 현금 8천원을 줬다. 28차례나 성관계를 가진 회사원 李모(30.H중공업)씨에게서도 崔양이 받은 돈은 1만5천원이 전부였다. 형편이 어려웠던 崔양은 그나마도 "고마웠다"고 했다.

崔양의 불행은 아버지가 집을 나간 1998년 시작됐다. 잡일을 하는 어머니 金모(36)씨와 崔양, 그리고 세 명의 동생은 구청으로부터 생활보호대상자로 지정됐다. 그런데 2001년 9월 金씨는 남편의 친구라는 韓모(48)씨에게 겁탈당한 뒤 임신, 스트레스 장애에 빠져 일을 나가지 못하게 됐다.

게다가 중절수술을 받고는 거동조차 불편해졌다. 석달 후 崔양도 집에서 韓씨에게 성폭행당했다. 韓씨는 경찰에 붙잡혀 7년형을 선고받았지만, 崔양의 가정은 완전히 무너진 뒤였다.

崔양은 어머니 대신 돈을 벌겠다며 학교를 그만둔 뒤 성매매에 나섰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崔양의 휴대전화 기록에 남아 있는 남성 18명을 붙잡아 이 중 4명에 대해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가진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나머지는 불구속 입건했다.

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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