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퇴역 核잠수함 해체 골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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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러시아가 퇴역 핵잠수함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폐기 처분된 핵 추진 잠수함들을 안전하게 해체하는 게 기술적으로 어려울 뿐 아니라 엄청난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일전에 발생한 퇴역 잠수함 K-159 침몰 사고는 러시아의 고민을 더 한층 절박하게 만들었다.

보도에 따르면 옛 소련과 러시아에서 지난 15년 동안 폐기 처분된 핵잠수함은 1백50여척. 그러나 어려운 경제 사정으로 일부만 해체됐을 뿐 아직 1백20여척이 북양함대와 태평양 함대 등의 기지에서 해체를 기다리며 정박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폐잠수함에 장착된 장비들을 뜯어내고 몸체를 작은 덩어리로 잘라 고철로 만드는 한편 사용한 핵 연료는 특수용기에 담아 러시아 중부 첼랴빈스크시의 재처리 공장으로 옮기는 등의 해체 작업에 척당 수백만달러의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러시아 정부는 재정이 허락하는 대로 매년 순차적으로 해체 작업을 계속한다는 계획이지만 앞으로 완전 해체를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경제 사정이 좋아진 지난 한 해 동안 겨우 17척을 해체했을 뿐이다. 장기간 정박해 있는 폐 잠수함의 동체가 부식돼 핵물질이 바다로 유출될 위험성도 커지고 있다.

결국 핵 유출과 같은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경우 당장 피해를 보게 될 러시아 주변 국가들이 긴급 지원에 나섰다. 지난 6월 노르웨이는 북양함대에 정박 중인 2대의 폐잠수함을 해체하는 데 1천만유로를 지원키로 약속했다.

이에 앞서 5월에는 유럽 국가들이 스웨덴에서 '러시아 내 핵.환경 프로그램에 관한 협정'을 체결, 6천2백만유로를 지원키로 합의했다. 이미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에 3천5백만달러를 지원한 일본은 6월에 태평양 함대 소속 폐잠수함 1척을 해체하는 비용 전액을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재정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러시아가 갖고 있는 해체 설비의 용량이 제한돼 있어 폐잠수함 문제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러시아를 괴롭힐 것으로 보인다.

모스크바=유철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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