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블랙리스트 없다”…원세훈 재판부 등 동향 파악 문건은 존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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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안팎에서 논란이 일었던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은 사실무근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사법부의 진상조사에 이어 법원 추가조사위원회도 22일 같은 결론을 내놨다.

사법부 블랙리스트 추가조사위원회

사법부 블랙리스트 추가조사위원회

법원 추가조사위원회(위원장 민중기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이날 법원 내부 전산망(코트넷)에 추가조사 결과를 정리해 게시했다.

추가조사위는 블랙리스트를 확인하거나 발견된 내용이 있다는 명시적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지난해 4월 대법원 진상조사위가 ‘사실무근’이라고 밝힌 조사결과를 그대로 수용한 것이다.

지난해 7월 24일 경기도 고양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제2차 전국법관대표회의. 사법부 적폐청산 투쟁본부 회원들이 연수원 입구에서 법관 블랙리스트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지난해 7월 24일 경기도 고양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제2차 전국법관대표회의. 사법부 적폐청산 투쟁본부 회원들이 연수원 입구에서 법관 블랙리스트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다만 조사위는 “법원행정처는 그동안 ‘사법 불신에 대한 대응’ 등을 이유로 공식적·비공식적 방법을 모두 동원해 법원의 운영과 법관의 업무뿐만 아니라 그 이외의 영역에 관해서도 광범위하게 정보수집을 해온 것으로 보인다”면서 동향 파악 문건의 존재는 확인했다.

판사회의 의장 경선 및 사법행정위원회 위원 추천 과정에서 각종 ‘대책’을 강구하고, 법원 내 최대 학술단체인 국제인권법학회의 소모임 ‘인권을 사랑하는 판사들의 모임’(인사모)의 학술대회 개최를 둘러싼 동향파악 등을 다룬 문건 등이다.

특히 법원행정처가 대법원장의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판사들에 대한 동향이나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형사재판을 맡은 담당재판부에 대한 동향 등을 파악해 청와대와 교감한 정황이 담긴 문건의 존재도 확인됐다.

조사위는 “법원행정처가 BH(청와대) 사이에 특정 재판에 관한 민감한 정보와 의견을 교환하고 문의에 따라 담당 재판부 의중을 파악해 알려주려 했다는 것은 사법행정권이 재판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거나 재판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개연성이 있고 재판의 공정성을 훼손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특정 판사들의 성향을 문건으로 정리해 인사에 반영하는 등 불이익을 줬다는 내용의 ‘블랙리스트’ 문건은 없지만, 일선 판사들의 동향을 파악한 부적절한 문건은 다수 발견됐다는 것이다.

한편 ‘사법부 블랙리스트’ 사태는 지난해 2월 국제인권법학회에 대한 법원행정처의 부당한 개입 의혹을 밝히는 과정에서 법원행정처가 특정 성향을 가진 판사들의 신상 자료를 따로 관리한다는 의혹이 추가로 불거지면서 시작됐다.

같은 해 4월 대법원 진상조사위가 ‘블랙리스트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지만, 핵심 물증인 법원행정처 컴퓨터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법원 내에서 재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김명수 신임 대법원장이 이를 수용해 지난해 11월 추가조사위가 구성됐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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