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여관 화재' 부상자 "그냥 자고 있었으면 인터뷰도 못했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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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이른 새벽 서울 종로구 종로5가의 한 여관에서 발생한 방화 참사 당시 2층 방에 투숙하다 가까스로 대피한 최모(53)씨. [중앙포토]

20일 이른 새벽 서울 종로구 종로5가의 한 여관에서 발생한 방화 참사 당시 2층 방에 투숙하다 가까스로 대피한 최모(53)씨. [중앙포토]

20일 새벽 서울 종로구 종로5가의 한 여관에서 발생한 방화 참사 당시 2층 방에 투숙하다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최모(53)씨는 "오늘 쉬는 날인데 사무실에 가서 할 일이 있어서 새벽에 일찍 일어났다"며 "그 바람에 피할 수 있었다. 자고 있었으면 이런 인터뷰를 못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서울 시내 한 병원 응급실 앞에서 만난 최씨는 "여관 주인이 '불이야'라고 외치는 소리를 듣고 창문으로 뛰어내렸다"며 화재 당시 급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그는 "창문으로 밖을 보니 1층에서 불꽃이 튀고 까맣게 연기가 올라왔다"며 "방에 방충망이 없어 뛰어내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의류공장에서 남성복을 만든다는 최씨는 직장이 가까워 불이 난 여관에서 월세 45만 원을 내고 수개월째 장기투숙을 하고 있었다. 최씨의 동료 2명도 함께 그곳에서 장기투숙 중이었다고 했다. 최씨는 이 여관에서 성매매가 일어났다는 사실은 인지를 못 했다고 했다.

최씨는 2층에서 뛰어내리면서 발목을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몸 상태에 대해 "굉장히 안 좋다"고 말했다.

투숙객 중 최씨를 제외하면 부상자들은 신원을 확인하기 힘들 정도로 중상을 입은 상태다. 경찰은 "부상자들 역시 화상이 심각해 말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20일 서울 종로구 종로5가의 한 여관에서 방화로 5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연합뉴스]

20일 서울 종로구 종로5가의 한 여관에서 방화로 5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연합뉴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3시8분쯤 중국집 배달원 유모(52)씨가 술에 취한 채 "여자를 불러달라"며 여관 측에 성매매를 요구했으나 거절당하자 홧김에 불을 질러 투숙객 5명이 사망하고 5명이 다쳤다. 사망자들 대부분은 신체 훼손이 심해 정확한 신원이 파악되지 않았다.

경찰에 따르면 "건물이 타고 있다"는 여관업주 김모(71·여)씨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내가 불을 질렀다"고 112에 직접 신고한 유씨를 여관 인근에서 현행범 체포했다.

경찰은 유씨를 상대로 현존건조물방화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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