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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질주…펑크나자 곤두박질|한강 버스추락 추월 위해 1차선 돌진…난간 뚫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다리 위를 시속 1백㎞로 질주하던 버스가 값싼 재생타이어 펑크로 순식간에 한강 물로 곤두박질했다.
대부분 하학 길의 학생과 퇴근길의 시민인 승객들은「앗」하는 순간 균형을 잃고 버스 안에서 뒤엉킨 채 15m 아래 물 속으로 떨어졌으며 강물은 핏빛으로 붉게 물들었다.
사고직후 인근에 있던 시민들이 급히 구조작업에 나섰으나 버스에서 아우성치며 나오는 사람들과 책가방·신등이 나뒹굴어 현장은 처참한 모습이었다.
◇사고순간=운전사 전재영씨는『다리 위를 2차선으로 달리다 사고지점부근에 이르러 앞차를 추월하기 위해 1차선으로 옮겨 50m쯤 갔을 때 갑자기 왼쪽 앞바퀴가 터지면서 차가 왼쪽으로 쏠려 중앙분리대를 받았다. 이때 충격으로 오른쪽 다리가 부러지는 바람에 브레이크를 밟지 못하고 반대편차선을 넘어 난간을 들이받았다』고 말했다.
운전사 뒷자리에 탔던 승객 최학식씨(31·회사원)는『버스가 1백㎞의 과속으로 달리다 「평」소리가 나면서 2∼3초 뒤 중앙분리대를 받았으며 층돌 당시 핸들 축이 부러진 듯 그대로 15m아래로 추락했다』고 말했다.
◇현장=버스는 운전석 앞부분만 고수부지제방에 살짝 걸친 채 강물에 비스듬히 잠겼으며 피투성이가 된 승객들이 물길을 헤치며 나와 강물이 붉게 물들었다. 인양된 버스는 두 앞바퀴가 모두 떨어져나갔고 추락당시의 충격으로 차 앞부분이 휴지처럼 구겨졌으며 버스 안에는 피해자들의 책가방·신발·옷가지 등이 어지럽게 엉켜있었다.
현장주변에는 사고소식을 듣고 3천여명의 시민들이 다리 위와 고수부지에 모여 발을 동동 굴렀다.
◇구조=사고가 나자 고수부지에서 놀던 시민20여명과 한강관리사업소 직원·인부 10여명이 구조에 나서 물위로 반쯤 나온 버스지붕 위에 올라가 있던 승객 20여명을 구조했다.
이어 한강순찰대소속 경찰관과 군부대 잠수요원 10명 등 모두 50여명이 현장에 출동, 오후9시20분쯤까지 추락지점 반경30m주변 강바닥을 수색해 버스 안에 있던 4구의 시체와 김홍균씨(54)등 물 속에 있던 14구의 시체를 인양했다.
경찰은 오후7시20분쯤 대형레커차를 동원, 사고버스를 강변으로 끌어올렸다.
◇수사=경찰은 이 버스가 바퀴6개를 모두 재생타이어를 쓴 것으로 밝혀내고 경의를 조사, 정비불량사실이 드러나면 회사정비관계자를 구속하기로 했다.
경찰은 또 운전사 전씨가 펑크나기 전 과속으로 앞차를 추월하려다 운전부주의로 분리대를 받고 사고를 냈을 가능성도 조사하고 있다.
보훈병원과 혜민병원·강동성심병원·영암병원·강동성모병원 등 5개 병원에 분산치료를 받고있으나 중태인 승객이 많아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 같다.
◇버스회사 및 보상=서울 마천동123의1 수도교통(대표 이봉현·37)은 지난 70년 설립돼 현재 91대의 시내버스를 보유, 서울시내 5개 노선에 운행하고 있다.
회사측은 사고버스를 전국버스공제조합보험에 가입, 사망자는 장례비 50여만원, 위자료 30만∼1백만원 및 55세까지의 예상수입을 보상받으며 부상자 치료비는 보험으로 처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자=▲장경훈(17·광남고2년)▲손정순(56·여·천호3동164의39)▲노종환(19· 마천동293)▲김홍균(54·공능동240의229)▲김희준(19·한양전문대1년)▲임복순(68·여·둔촌동 둔촌아파트225동206호)▲박석철(48·성내1동436의23)▲유광자(47·여·마천2동122의20)▲오홍석(32·사업·암사동452의25)▲원호진(29·회사원·신당동121의20)▲황종현(30·암사1동494의54)▲정경해(30·여·거여동 보원연립12동201호)▲권재성(18·덕수상고2년)▲신복균(59· 여·마천동374의5)▲송현호(20·암사1동495의1)▲한은경(22·여·문정동455의6)▲이진숙(25·여)▲박복자(49·여)▲박정철(36) <이상 19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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