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회원들 불만에 지도부 떠밀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화물연대가 강경투쟁으로 선회한 것은 교착상태에 빠진 현 상황에 대한 회원들의 불만이 커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다른 한편에선 대화가 끊긴 정부 측과의 협상 돌파구를 찾기 위해 극한 수단을 동원한 것이란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화물연대 지도부는 그동안 차량을 동원한 시위는 정부와의 직접적인 마찰과 여론의 비난을 부를 수 있다며 자제해 왔다.

그러나 2일 오후 "정부가 무차별적으로 회원들을 연행하고 있어 강경투쟁에 나서지 않을 수 없다"며 차량동원 시위 계획을 전격 발표했다.

화물연대 지도부의 갑작스러운 태도변화는 이날 새벽 전국에서 시작된 회원들의 자발적인 차량동원 시위가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운송거부에 나섰던 차주들이 지도부의 방침을 무시하고 차량을 동원해 고속도로 진입을 시도하고 항만 등 물류거점으로 이동하면서 경찰과 대치하는 상황이 전국에서 벌어진 것이다.

특히 부산과 경인지역 일부에서는 "지도부가 정부의 강경대응에 마땅한 투쟁방향을 설정하지 못하고 있다"며 지도부에 대한 강한 불만이 나오기도 했다.

지도부는 이 같은 상황에서 차량시위를 만류할 경우 현장의 회원들과 고립돼 전체 조직이 와해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가지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일부 지부는 이미 통제불능의 상황"이라며 "'차량을 동원해 힘을 보여줘야 한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더 이상 설득할 분위기가 아니다"고 말했다.

화물연대 회원들의 불만은 정부의 강경대응과 이에 밀리고 있는 지도부에 쏠리고 있다.

지난 5월과 달리 정부는 물론 운송업계와 화주까지 화물연대의 협상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또 정부는 연일 부산.광양항 등의 컨테이너 반출입량을 근거로 물류 정상화 회복을 발표하면서 이번 사태의 해결점이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추석을 앞두고 생계에 압박을 받거나 차량 구입 할부료 납부에 어려움을 겪는 일부 회원이 강경 투쟁을 주도하고 나섰다. 지켜보던 다른 회원들이 이에 동조하면서 사태가 더 악화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화물연대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용어 선택에 상당히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여 정부와의 협상을 염두에 둔 계산된 행동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정부가 운송료 협상에 개입할 수 없다는 원칙적인 입장에서 벗어나 운송업계나 화주와의 운송료 협상에 중재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기대 때문이라는 것이다.

화물연대 측에서는 현재 업계와의 협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결정적 원인인 일괄타결 원칙을 상황에 따라 신축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는 주장도 흘러나왔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일단 협상 자리가 마련되면 일괄타결 원칙은 업태별로 달라질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화물연대의 강경 선회가 정부나 운송업계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고육책이라는 해석도 이래서 나오는 것이다.

장정훈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