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으로 벅찼던 병장 봉급, 드디어 40만원대

중앙일보

입력

2016년 8월 육군39사단 거제대대 장병들이 새롭게 마련된 병영생활관에 입주한 뒤 환호하고 있다. 19일에도 전 군의 생활관에서 이처럼 기뻐하는 병사들이 많았다고 한다. [사진 39사단]

2016년 8월 육군39사단 거제대대 장병들이 새롭게 마련된 병영생활관에 입주한 뒤 환호하고 있다. 19일에도 전 군의 생활관에서 이처럼 기뻐하는 병사들이 많았다고 한다. [사진 39사단]

19일 전 군의 생활관(옛 내무반)에 환호성이 터졌다. 공무원 보수규정 개정안이 공표되면서 이날 봉급 인상 소급 지급분이 나온 것이다. 병사들은 자기 계좌에 찍힌 액수를 보면서 즐거운 모습이었다. 앞으론 매달 10일 인상 금액을 정상적으로 받는다.

19일 봉급 인상 소급 지급분이 나와 #67년 병장 봉급 400원, 라면 40봉지 #봉급 인상으로 이병 때부터 여유자금 #"2022년 제대시 600만원 마중물 목표"

병사봉급을 70만원까지 올리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공약에 따라 소급 지급분이 꽤 두둑했다. 병장의 경우 봉급이 지난해 21만6000원에서 올해 40만5700원으로 올랐다. 이날 18만9700원을 추가로 받은 셈이다. 상병은 17만1200원(19만5000원→36만6200원), 일병은 15만4900원(17만6400원→33만1300원), 이병은 14만3100원(16만3000원→30만6100원)을 각각 가외로 받았다.

국방부는 “병 봉급 인상이 완료되는 2022년에는 병장 67만6100원, 상병 61만200원, 일병 55만2000원, 이병 51만100원으로 인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의 군인복지실태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현역병이 병영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비용은 25만9000원 수준이다. 이병부터 복무 중 여유자금이 생기는 셈이다.

세상이 확 달라졌다. 지금까지는 병사들 봉급이 턱없이 부족한 게 당연했다. 1967년 1월 국방부는 병사봉급을 100%(2배) 올렸다. 당시 병장의 봉급은 400원이었다. 상병은 360원, 일병은 300원, 이병은 160원이었다. 1965년 기준으론 자장면 한 그릇 값이 35원이며, 목욕탕 이용료는 35원이었다. 다방에 들러 커피를 마시는 데 30원이었다. (『통계로 보는 대한민국』) 당시엔 외출 나와 목욕을 한 뒤 자장면 한 그릇 먹고 커피 마시면 대략 봉급의 4분의 1을 썼다. 라면으로 국내 처음 나온 삼양라면(1963년)은 60년대 내내 10원이었다. 1967년 병장 봉급은 라면 40봉지 값이었다.

이동식 PX. 차량 전체가 노란색이어서 장병들이 '황금마차'라 부른다. 봉급이 오르면서 이런 PX를 찾는 병사들이 많아지고, 횟수도 더 늘 것으로 예상된다.  [중앙포토]

이동식 PX. 차량 전체가 노란색이어서 장병들이 '황금마차'라 부른다. 봉급이 오르면서 이런 PX를 찾는 병사들이 많아지고, 횟수도 더 늘 것으로 예상된다. [중앙포토]

병장 봉급은 1971년 1030원, 1981년 3900원, 1991년 1만원, 2001년 1만9600원이었다. 10만원이 넘은 건 2011년(10만3800원) 일이었다. 2015년 17만1400원으로 15만 원대를 돌파했다. 그나마 노무현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 나름 신경을 쓴 결과다.

하지만 2011년 최저임금이 시간당 4320원이다. 월급(주 44시간 근무 기준)으로 따지면 97만6320원이다. 군대 가면 춥고 배고픈 게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국방부는 봉급 인상에 따라 현역병이 여유자금을 저축해 전역할 때 사회진출의 마중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현재 군 복무 중인 병사는 국방부와 시중은행 2곳의 협약에 따라 은행별로 월 10만원씩 적립할 수 있다. 또 금리 5% 이상의 장병 희망적금 상품도 있다. 전역하면 한 학기 등록금 수준인 600만원 정도 목돈을 챙길 수 있다는 게 국방부의 계산이다.

현역 복무 중인 한 병사는 “주변에서 적금 가입을 생각하는 부대원이 꽤 많다”고 전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목돈 마련의 꿈을 방해하는 요인들이 한둘이 아니다.

우선 담배. 군 당국은 2009년부터 면세 담배 지급제도를 폐지했다. 면세 담배가 장병의 흡연을 부추긴다는 여론 때문이었다. 비누ㆍ치약ㆍ칫솔 등 일용품도 개인이 PX에서 사다 쓴다. 또 다른 병사는 “외모에 관심이 많아 피부에 신경을 쓴다. 봉급이 올라 마스크팩을 마음대로 살 수 있게 돼 좋다”고 말했다.

올해부턴 배달 음식을 시키거나 외식을 나갈 수 있다. 위관급 장교는 “우리 부대의 한 병사는 봉급이 오르면 부모에게 홍삼 팩을 선물하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