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담당 금감원 직원, 대책 발표 직전 팔아 50% 차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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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정부의 암호화폐(일명 가상화폐) 대책에 관여했던 금융감독원 직원이 대책 발표 직전 암호화폐를 매매해 50%를 넘는 차익을 거둔 것으로 18일 드러났다. 이 직원은 지난해 2월 금감원에서 국무조정실로 파견된 A씨다.

1300만원 투자해 700만원 수익 #금감원 “직무 관련성 조사해 조치”

국무조정실과 금감원 조사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7월 3일 처음으로 암호화폐를 구입했다. 처음에는 소액으로 시작했지만 총 10여 차례의 매수·매도를 하면서 1300만원을 암호화폐에 투자했다. 어떤 암호화폐에 투자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마지막 매도일은 지난해 12월 11일이다. 그의 암호화폐 거래소 계좌에는 원화로 2000만원정도가 남아 있으며 70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A씨가 근무하는 국무조정실은 미성년자의 암호화폐 거래를 금지하고 투자수익에 대한 과세를 검토하는 내용의 대책을 종합해 지난해 12월 13일 발표했다. A씨가 근무하는 부서는 암호화폐 대책을 담당하는 곳이다.

이날 정부 대책 문건이 정식 발표도 전에 인터넷에 유출되면서 이낙연 국무총리는 “반드시 유출자를 색출해 엄단하겠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유출자는 관세청 직원으로 밝혀졌지만, 이 과정에서 A씨의 암호화폐 투자 사실이 드러났다. 다만 A씨는 조사 과정에서 “암호화폐 업무를 직접 담당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11일 매도에 앞서 매수 거래를 했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12일 최흥식 금감원장이 임원 회의에서 임직원의 암호화폐 투자 자제를 지시한 이후 (A씨가) 투자를 한 사실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직무 관련성 여부 등 사실관계를 확인한 후, 필요하다면 적절한 (인사상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감원 직원은 정부기관에 파견을 갔다고 해도 엄밀하게 ‘공무원’은 아니다. 그러나 금감원의 임직원 윤리 강령상 ‘직무 수행으로 취득한 정보를 이용해 자산을 불린 행위’로 간주돼 징계 대상이 될 수 있다.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내부거래 관계는 제가 아는 한 공무원 1∼2명의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A씨 이외에는 확인된 사람이 없다.

한편 최흥식 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내기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그는 “한국에만 비트코인 가격에 프리미엄이 있어서 그런 거품은 없어지지 않겠느냐는 차원에서 얘기하다가 적절하지 않은 표현을 사용했다”며 “앞으로는 정제된 말을 하겠다”고 밝혔다. 최 원장은 지난해 12월 27일 기자들과의 송년 간담회에서 “나중에 비트코인은 버블이 확 빠질 것이다”며 “내기해도 좋다”고 말했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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