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자산 4000억 원 넘는 대기업 그룹 40개 지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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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총 자산을 기준으로 한 88년 도 재계 랭킹이 새로 매겨졌다.
경제기획원 공정거래실은 1일 현재로 계열사 전체의 자산총액이 4천억이 넘는 40대 대기업 그룹과 그룹별 계열사 현황(총 6백5개 사)을 지정, 발표했다.
작년 4월에 지정된 것과 비교하면 32개 집단 5백14개 회사에서 8개 집단 91개 계열회사가 늘어났다.
계열회사를 가장 많이 거느리고 있는 기업집단은 ▲럭키금성(62)▲삼성(37)▲현대(34)▲롯데(32)▲대우(28)의 순 이다.
총 자산 규모를 따진 것이므로 심한 경우 실속 없이 빚만 많은 기업그룹이라도 상위 랭킹에 오르게 되지만, 일단 우리 재계의 그룹별「덩치」를 서로 숨김없이 비교했다는데 뜻이 있다.
공정거래실은 지난해부터 이 같은 총 자산 4천억 원 이상의 대기업 집단을 지정 해 오고 있는데, 일단 여기에 지정된 그룹들은 계열사간 상호출자가 금지되고 계열사별로 순 자산액의 40%를 넘게 출자한 것은 5년 안에 모두 정리해야 하므로 앞으로「덩치 값」을 톡톡히 치르게 된다.
기획원은 이들 기업집단에 대해 계열회사별로 주식소유 실태 파악에 착수한다.
지난해 지정됐던 내용과 비교해 보면 지난 1년간「헤비급」대열에 새로 끼어 든 그룹은 우성건설·극동석유·통일·태광산업·태평양화학·풍산금속·강원산업·벽산·봉명 등 9개 그룹.
건설·섬유·정유·화장품 업종 등 분야별로 비교적 고르게 대그룹들이 새로 출현한 셈인데 특히 극동석유·강원산업·봉명 등 에너지 관련 산업을 모체로 크고 있는 그룹들과 「종교 기업」이라 할 통일의 부상이 눈에 띈다.
반면 지난해 대기업그룹 랭킹의 말석을 차지했던 라이프는 그간의 계열사 합병·처분 등으로 올해에는 대기업집단 지정에서 빠졌다.
그룹별 계열사 변동 내역을 봐도 흥미롭다.
지난 1년간 그룹별로 서로들 부지런히 자신들의 영역을 정비했는데, 계열기업 수를 가장 왕성히 늘린 그룹은 봉명(8개 사)과 럭키금성(5개 사)이며 가장 많이 줄인 그룹은 금호(9개 사)다.
그러나 계열기업 수의 변동은 큰 뜻이 없고 그 내용이 중요한데, 예컨대 부상하는 신종기업인 투자자문회사에는 현대·대우·럭키금성·극동건설·태평양화학 그룹들이 모두 손을 댔고, 이 밖에 럭키금성의 럭키유화, 한국화약의 한국자동차부품·서울청량리 역사, 금호의 서울항공·금호공항, 동부의 영남화학 신규 진출 등은 그룹별로 큰 뜻이 있는 계열사 증식이다.
이밖에 대우가 충북은행에서, 한진이 경기은행에서, 한국화약이 충청은행에서 각각 손을 뗀 것도 이채롭다. <김수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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