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창업은 과학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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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오루 대표가 도쿄 시내의 한 거리 주변을 클릭하자 해당 상권의 수치 정보가 줄줄이 화면에 떴다. 거주인구와 유동인구, 성별.나이별 인구, 소비행태 등 창업에 필요한 각종 정보가 쏟아져 나왔다.

이상헌 창업경영연구소 소장은 "그리 큰 업체가 아닌데도 창업에 필요한 각종 정보를 아주 세밀하고 구체적으로 제공하고 있어 놀랐다"고 말했다.

더 놀라운 것은 프랜차이즈 본사들이 아주 구체적으로 예상 영업실적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한국식 불고깃집을 표방하고 나선 한 외식업체의 개설안내서에는 30평 17개 테이블(68개 좌석)의 표준 점포를 예로 들어 투자에 필요한 각종 데이터를 보여줬다. 월 매출 900만 엔에서 매출원가 324만 엔, 인건비 178만 엔, 수도광열비 31만5000엔, 판매관리비.로열티.감가상각비 등을 빼면 영업이익은 179만9000엔이 된다는 식이었다. 물론 "이 수치는 표준적인 모델일 뿐이며 프랜차이즈 본사가 이를 보증하는 게 아니다"라는 안내문도 빼놓지 않았다. 이상헌 소장은 "각종 데이터와 예상매출, 투자회수 명세 등 창업자들이 궁금해하는 현실적인 수치가 비교적 상세하게 정리돼 있어 정말 인상적이다"고 평했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은 "매달 2만 개의 식당이 새로 생기고, 매달 1만5000개의 식당이 문을 닫는다"며 "창업의 성패는 과학적인 상권 분석이 좌우한다"고 했다.

숙달된 영업사원이 1대1 상담 위주로 점포를 모집하는 한국 박람회와 달리 도쿄에서는 개별 업체들이 주로 도우미를 활용해서 프레젠테이션 위주로 홍보를 하고 있었다. 누가 해도 될 만큼 표준화가 잘 돼 있다는 얘기다. 외식업체가 대다수인 한국과 달리 판매와 서비스 업체도 많았다. '지지고 볶는' 음식냄새 가득한 한국의 창업 박람회 모습이 자꾸 오버랩됐다.

서경호 경제부문 기자 도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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