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MBC '격동 50년' 경제로 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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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장수 라디오 다큐멘터리 드라마인 MBC '격동 50년'(표준FM 오전 11시40분 방송)이 9월부터 정치가 아닌 경제를 이야기한다. 방송 15주년을 맞아 오는 11월30일 까지 석달간 기업인 김우중과 대우그룹의 부침(浮沈)을 다룬 '대우 침몰을 막아라' 편을 방송하는 것이다.

당초 1988년 4월 '격동 30년'이란 제목으로 출발했던 이 프로그램은 4.19 혁명부터 김대중 정권의 옷로비 사건까지 민감한 현대 정치사를 두루 건드려 왔다. 그 과정에서 실존하는 정치인의 목소리를 흡사하게 재현해낸 성우들의 연기가 화제가 되기도 했고, 방송 내용에 불만을 품은 관련 인물들의 협박과 소송이 이어지기도 했다.

88년 이 드라마를 출범시킨 뒤 일선에서 한발 물러나 있다 10여년 만에 다시 연출자로 복귀한 정수열 제작위원은 "어느 정도 식상해진 정치와 달리 경제는 중요하면서도 제대로 다뤄진 적이 없어 매력적인 드라마 소재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대우…'편의 기획 의도를 밝혔다.

이른바 '세계 경영'을 기치로 내걸고 국내 정상급 기업으로 군림하던 대우가 99년 급작스레 공중분해된 원인과 배경이 여전히 일반인들에겐 의문 투성이로 남아있다는 것이다. 정위원은 그간 대우 관계자 등과의 인터뷰, 광범위한 자료 수집을 통해 대우 사태의 전모를 다양한 시각으로 풀어갈 실마리를 찾아왔다고 한다.

"기업인 김우중에 대한 재평가도 시도할 겁니다. 망한 기업주는 무조건 부도덕하다고 손가락질하는 건 잘못된 풍토가 아닐까요. 공과를 정확히 짚어내 기업인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정립하고 싶습니다."

이번 '대우…' 편에선 역시 10여년 만에 이 드라마로 돌아온 작가 이영신이 정위원과 손발을 맞추고, 지난 15년간 해설자 자리를 지켜온 성우 김종성이 계속 마이크를 잡는다.

새로운 점은 뽀빠이의 연인 올리브의 목소리 연기로 유명한 성우 정희선이 공동 해설을 맡는다는 것. 경제 드라마의 성격상 숫자나 통계가 많이 등장할 수밖에 없어 해설을 보강했다는 게 제작진의 설명이다.

한편 주인공이라 할 김우중 회장 역은 성우 권혁수가 맡는다. 또 김대중 전 대통령과 정주영 전 현대 명예회장은 전편들과 마찬가지로 각기 김명수.김용식이 연기한다.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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