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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진에 "천천히 합시다"|귀국 전경환씨 새마을본부 대책회의 나타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출국 46시간만에 급거 귀국한 전경환 전 새마을운동중앙본부회장은 20일 오후 공항에 도착한 뒤 자택이 아닌 서울시내 모처에서 하룻밤을 지나고 21일 오전 11시8분 서울 등촌동 새마을본부에서 열린 새마을비리관련 대책회의에 나타났다.
전씨는 이날 오전 11시8분 서울3모2608호 검정색 스텔라승용차 편으로 운전사 등 3명과 함께 새마을운동중앙본부 본부건물 현관 앞에 도착했다.
전씨 승용차 운전사에 따르면 전씨는 이날 오전 10시45분쯤 마포의 10층 빌딩 한 사무실에서 친구 1명과 함께 나와 차에 동승, 본부로 왔다.
전씨는 갈색 싱글차림으로 시종 웃음 띤 여유 있는 표정이었으며 보도진들이 몰려들자 『천천히 합시다』라고 말한 뒤 정문이 아닌 오른쪽 옆문을 통해 본부로 들어갔다.
전씨는 오전 11시55분 기자회견을 마치고 낮 12시 본부 구내에 있는 88체육관 식당에 도착, 정헌국 사무총장 등 본부간부 및 박대영 노조조합장 등 직원 10여명과 식사를 나눴다.
식사도중 전씨는 『국내에 계속 머물 계획』이라고 말하고 『간부들의 사퇴소식을 전해듣고 충격을 받아 바로 찾아오려 했으나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길듯해서 못 왔다. 감사원 감사결과 때문에 징계를 받은 간부들에게 매우 미안하다』고 말했다.
전씨는 이어 『새마을운동 18년의 업적이 이런 평가를 받아야만 하느냐』며 『여러분은 오늘의 상황을 더듬어 다시 이런 실수를 해서는 안될 것이다』고 말했다.
전씨는 식당 맨 구석자리에서 찰밥에 만두국·두부·상치 무침의 반찬 중 만두국물만 조금 마셨을 뿐 식사는 거의 하지 않았다.
전씨는 낮 12시25분쯤 식사를 마친 뒤 서울2도3531 검정색 그랜저승용차를 타고 새마을본부를 출발, 성산대교∼연희동 입구∼연대 앞∼삼청동∼청와대동문 앞길 등을 거쳐 12시48분 서울 팔판동 집에 도착했다.
전씨는 승용차 뒷좌석에 안영환 새마을지도자협의회장과 함께 탔으나 집으로 가는 도중 입을 굳게 다문 채 일체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전씨의 승용차는 새마을본부를 나선 뒤 취재차량 30여대가 따라붙자 김포공항 쪽으로 쏜살같이 달리다 공항입구에서 취재차량을 따돌리려는 듯 갑자기 U턴을 해 다시 본부 앞길까지 온 뒤 집으로 향했다.
전씨 일행이 집에 도착한 뒤 보도진들이 따라 들어가려 하자 집안에 있던 30대 남자 3∼4명이 기자들을 몸으로 막고 대문을 굳게 걸어 잠갔다.
전씨는 대문 앞에서 보도진들이 몰려들어 소감을 묻자 『소감은 무슨 소감이냐』고 말하고 안으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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