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보복 안 당하려면 개방 서둘러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미국은 보호무역주의를 하자는 것이 아니라 교역 상대국들로부터 정당하고 공평한 대우를 받자는 것입니다』
3일 간의 한국 방문을 마치고 20일 이한한 「리처드·L·레셔」 미국상업회의소회장은 미국경제가 불공정 무역을 눈감아 주기엔 어려운 사정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경제계에서 영향력이 큰 「레셔」회장은 방한기간 중 주한미상공인과의 간담회, 한국 기업총수들과의 면담, 특별강연회 등으로 바쁜 일정을 보냈다. 『30년 간 전 세계를 돌아다녀 왔지만 한국처럼 교통난이 급격히 심해지고 있는 나라는 처음 봤습니다. 경제발전의 증거라고도 생각됩니다.』
「레셔」 회장은 지난 18일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의 면담 약속을 차가 막히는 바람에 부득이 다음 날로 연기했었다고 자신이 겪은 교통난을 덧붙였다.
『미국에서는 현재 정·재계 지도급 인사들 사이에 보호무역주의에 대해 어떤 공감대 같은 것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세계 경제발전을 위해 보호주의는 일단 배격하되 일본·서독 등 무역경쟁국들의 불공정한 무역관행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철폐시켜야 한다는 생각이지요.』
『한미통상마찰문제도 한국과의 독자적인 문제가 아니라 이런 흐름 가운데 일부분일 뿐입니다.』 그는 이제 한국이 세계경제에서 리더급 국가로 성장한 이상 보다 과감한 개방정책으로 전환, 지속적인 경제확대와 소비자 보호 등을 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석달 안에 미의회는 현재 심의중인 주요 무역법안들을 처리하게 됩니다. 한국이 대미통상에서 보복을 당하지 않으려면 농산물과 각종 서비스 부문의 개방을 서둘러야 할 것입니다.』
그는 부드러운 웃음을 지으며 그러나 매섭게 말을 끝냈다. <이양수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