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촌 된다” 아파트 주민들이 대학생 기숙사 반대하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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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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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북구 돈암동의 한 아파트 단지 앞 공터에 대학생들을 위한 ‘행복기숙사’가 들어설 예정이다. 한국사학진흥재단이 건립하는 기숙사로 저소득층 대학생의 주거비 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다. 월세는 19만원 수준으로 완공되면 서울 지역 대학생 750명에게 혜택이 돌아간다. 그러나 1년 넘게 공사는 시작도 하지 못하고 있다. 아파트 주민들의 반대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중순에는 공사 차량을 막아선 주민들과 시공사 관계자들이 마찰을 빚어 경찰까지 출동했다.

세월호 참사를 벌써 잊으셨나요?

주민들은 기숙사 공사 과정에서 소음과 분진 등 생활피해가 발생하고, 공사 차량 때문에 기숙사 부지 1분 거리에 있는 초등학생들의 등하교 안전이 문제가 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행복기숙사 건립반대 추진위원회는 ‘세월호 참사를 벌써 잊으셨나요? 우리 아이들을 지켜주세요’라는 현수막을 내걸기도 했다.

대학생 기숙사 앞에는 콘돔이 하루에 몇 개씩 나온다는데…

주민들이 반대하는 주요 이유는 인근 초등학교의 면학 분위기를 해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학생들이 술을 마시고 담배 피우는 모습을 초등학생들에게 보여줄 수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주민은 재단과 성북구청 홈페이지에 ‘딸아이를 가진 엄마로서 성범죄가 우려된다’는 민원을 남기기도 했다.

임대사업 한다던데, 동네가 모텔촌 되는 거야

한국사학진흥재단이 일부 지역에 건립한 행복기숙사에 대해 관광공사와 MOU를 맺고, 방학 기간에 비어있는 공실을 관광객들에게 임대한다는 점도 주민들을 자극했다. 방학 기간 6개월간 외부인들이 들어오면 동네를 모텔촌으로 만들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는 것이다.

이에 재단 측은 방음벽을 설치하고 안전유도요원을 상시 배치해 공사 차량 출입을 통제하는 한편, 통학로를 별도로 확보하는 대책을 내놨다. 또 기숙사 생활규칙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한편, 경찰 협조를 얻어 순찰을 강화하고 가로등과 CCTV도 확충하기로 했다. 대체숙박시설 MOU는 계약을 맺은 적도 없고, 앞으로도 해당 기숙사에 대해서는 진행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민들은 “성북구와 주민, 재단, 시공사가 참여하는 4자 협의체에 참여는 하겠지만, 기숙사를 짓지 말라는 결론은 달라지지 않는다”며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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