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문화교류 새장을 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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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국과 일본 사이의 문화교류가 점점 본격화되고 있다. 18일 일본문화원에서 일본 피아니트스「스다·마미코」가 한국의 첼리스트 정찬우·백희진과 협연하고 21∼26일에는 홍대 박물관 전시실에서 「소 마사히로」사진전이 열린다. 또 4월에는 서울갤러리에서 「미요시 삿도르」전, 7월에는 문예진흥원 미술회관에서 「서울-동경프린트 엔카운터」전이 각각 개최될 예정이다.
8월말부터는 일본 전통연극 『가부키(가무기)』공연단이 서울올림픽문화예술축전 연극제의 일환으로 서울과 부산에서 공연한다. 이어 9월에는 일본문화원에서 한일여류화가 교류전, 11월에는 현대미술관에서 한일미술교류전이 열릴 계획.
이밖에도 한일칠보작품교류전등 다양한 문화교류행사들이 마련되고있다.
또 최근 일본정부는 멀지않아 개최될 한일 정기외무장관회담에서 「21세기 한일위원회」구성문제를 협의할때 이 위원회에 예능분과위를 설치하자고 제안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오랫동안 복잡·미묘한 갈등을 빚어온한일문화교류에 대한 논란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한국인들의 해묵은 반일감정과 함께 저질의 퇴페적인 왜색문화가 물밀듯이 들어오기 십상이라는 우려때문에 여론의 눈치를 살펴가며 은밀한 초청등의 형식으로 이뤄져온 한일 두나라 사이의 문화교류가 제법 활기를 띄기 시작한 것은 지난 85년부터.
한일국교정상화 20주년을 계기로 양국국립박물관이 공동주최한 「조선통신사전」, 한일서예교류전등 공식적인 문화교류가 잇달았다. 또 「한일현대조각전」「일본민예전」「일본판화 4O년전」등 전시회와 함께 일본전통인형극 『분라쿠 (문악)』의 한국초연도 있었다.
이어 피아니스트 「후지시마·게이코」와 「오쿠무라·사토미」, 바이얼리니스트 「나카누마·유리코」, NHK현악4중주단 등의 연주회가 열렸을 뿐 아니라 한일문화영화 정보교류협정이 체결됐다.
86년에는 한일오페라페스티벌이 열려 두나라 음악인들이 합동으로 「푸치니」의 『나비부인』을 공연하고 양국 대학생들이「한일 전통음악 교환연주회」를 열었다.
또 『노(능)』와『분라쿠』에 이어 『가부키』가 한국무대에 오름으로써 일본의 대표적인 전통연극 세가지가 모두 한국에 상륙했다.
이런 과정에서 한국의 음악가·무용가·화가등 많은 문화·예술인들이 일본에서 공연 및 전시회를 가졌고 한일 문화교류에 대한 긍정론과 신중론이 팽팽히 맞서왔다.
음악평론가 박용구씨는『이젠 해방후 4O년이 넘는 반일의 세월을 청산하고 지일을 통한 극일로 차원을 높여야하는 만큼 문화적으로도 경제분야처럼 차츰 개방해서 한국문화의 자생력을 길러야한다』는 입장이다.
한일 문화교류를 보는 현재의 시각은 대체로 자율적 민간기구가 교류의 창구를 맡아 저질 왜색문화의 침투를 막고 수준미달의 한국문화가 일본에 소개돼 엉뚱하게 평가절하되는 등의 부작용을 막을수 있도록 「교류문화의 질」을 통제해야한다는 것이다.

<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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